한국일보

도박에 파탄 난 가정

2013-09-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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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화 / 워싱턴

하루는 한인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낯익은 아줌마를 마주쳤는데, 예전에 내가 식당을 할 때 주방일을 해주던 이였다. 반가운 마음에 자리를 옮겨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아줌마는 남편의 잦은 카지노 출입으로 집까지 날려 버리고 갈 곳이 없어 이집 저집으로 피난살이를 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식들이 결혼을 해서 살고 있으나 그곳에 있으면 남편이 찾아와 가족들을 괴롭혀 자식 집에도 있지를 못하고 숨어 다니며 산다는 것이다.

그냥 헤어지고 싶지가 않았다. 몇 시간을 긴 이야기를 나누고 난후 난, 아줌마를 우리 집으로 가자고 잡아끌었다. 아줌마는 별 거부 의사 없이 나를 따라 우리 집으로 왔고, 우선 큰 찜통에 곰국을 끓여서 몸보신부터 시켰다. 아줌마는 차츰 편안해지는 얼굴에 밝은 화색이 돌고 생기가 있어 보이기 시작했다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아줌마와 상의를 하여 가정집에 입주하여 가사 일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짓고 광고를 내어 그중 좋은 주인집을 선택하여 아줌마를 인도했다.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로 달려가 도박을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인근의 찰스타운이나 볼티모어 카지노를 출입하면서 가정이 파탄이 나고 폐인이 되어 떠도는 것을 가끔 보게 된다. 마약과도 같은 도박벽을 끊게 해줄 묘책은 정녕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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