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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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분 함께하기… 자녀들 장애 비전 밑거름

2013-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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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직한 아버지의 역할

맞벌이 부부가 일상화되면서 가정교육에서 아버지의 참여와 역할이 점차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이민 1세대의 아버지들은 연령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엄격한 유교 문화권에서 그 시절 아버지에게서 받은 권위주의적인 교육의 틀에서 아직 자유롭지 않은 현실이다. 그 당시 아버지상은 자녀들에게 건전한 가치관과 질서를 가르쳐 주는 권위의 상징이었지만 실제적으로 자녀들의 문제를 상담해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어딘 지 모르게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아버지는 가족 부양의 의무도 중요하지만 자녀의 장래를 위해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자녀의 장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있다. 어머니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 어린이들의 경우 자부심이 강하고 학교 성적 또한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자녀들의 바람직한 교육을 위한 아버지의 역할을 알아본다.

1. 하루에 30분만 자녀에게 투자한다

일단 자녀와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초·중고생이든 대학생 자녀이든 상관이 없다.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자녀가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느낀다면 탈선하지 않는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아버지를 위해서 자기가 할 일은 없는지 오히려 생각하게 된다.


하루에 30분은 적은 시간이 아니다.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든, 같이 게임이나 운동을 하든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자녀와 대화의 창구를 열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 투자는 없다. 공부에 관한 이야기든 인생에 관한 이야기든 상관없다.

이렇게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은 자녀가 성장할수록 점차 줄어준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틴에이저와 대학생 시절을 거쳐 멀어지기 전에 같이 놀아주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다면 자녀교육은 물론 화평한 가정을 이루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돌아와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그 날 있었던 일이나 재미있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한다. 자녀의 얘기를 듣고 아버지도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사실 2세대들은 한국어가 불편한 경우도 있어 영어로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와 정기적인 대화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가 아버지에게 상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2. 인사를 주고받는다

일단 집에 들어오면 자녀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하루의 일상을 가볍게 이야기한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한국의 아버지들은 집에 들어오면 자녀들로부터 군대식으로 “안녕히 다녀오셨어요”하고 인사를 일방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라난 2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앉은 자리에서 ‘하이 대디’하고 인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을 버릇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참 힘들고 문화적 차이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인사한다고 해서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자녀들이 아버지를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고 친근감 있게 여긴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좋다. 그러나 어떠한 인사가 됐든 서로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웃어른이나 친구 등에게도 먼저 인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인간관계가 중요한 사회생활에서 큰 도움이 된다.

3.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려준다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하게 밝힌다. 학교 안팎에서 큰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 아버지가 미리 중대 사안에 대해 상의하면 아이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감도 심어줄 수 있다.

직장에서 프로젝트에 임하는 것처럼 열정을 갖고 아이의 학교 이벤트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자녀가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주말을 이용해 다가오는 큰 행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녀는 아버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고 기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4. 담임선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아무리 바빠도 담임선생의 이름을 알고 친밀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설사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가 없는 모범생이라고 하더라도 교사와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세상에 문제가 없는 자녀는 없다. 아무리 모범생 같은 자녀라고 할지라도 자칫 잘못해서 예기치 못한 폭력사건이나 문제가 되는 일에 연루될 수도 있고 오해받는 행동을 할 수 있고 실제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이럴 때 아버지가 평소에 담임선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교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 아버지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아버지가 아이의 교육에 적극 참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문제가 있을 때만 학교를 방문하는 아버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가 생길 때까지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아이는 학교 성적이 떨어지거나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어야만 부모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또한 좋은 아버지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한다. 등교시간에 아이를 픽업하거나 교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좋다. 스포츠 이벤트 참여나 필드트립을 함께 떠나는 것도 좋다. 사전 통보 없이 학교를 방문, 아이를 깜짝 놀라게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5. 독서습관은 아버지가 잡아준다

집에 와서 TV부터 켜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자녀들과 스포츠 중계나 영화를 볼 수도 있으며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독서에 둔다.

어린 자녀가 책을 열심히 읽는 자녀가 되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들은 안 보는 것 같아도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좋은 행동이든 나쁜 습관이든 보면서 닮아가고 쫓아서 하게 마련이다. 정말 무서운 것이 그래서 가정교육의 힘이다. 자녀가 아버지가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을 보았다면 실제로 이를 쫓아간다.

자녀가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학습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 학습의 모든 것이 리딩이라고 보면 된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하지 않으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학습에서 뒤처지게 된다. 독서를 공부라고 생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여겨질 때까지 습관을 만들어 놓으면 굳이 SAT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지 않더라도 이미 자녀는 학습에 있어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생인 경우 일 주일에 최소 두 번은 아이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준다. 아버지가 책을 읽어주는 아이는 숙제를 더 즐겁게 할 것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와 함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직접 읽을 책을 고르게 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자녀로 성장할 것이다.

6자녀의 진로 지도는 아버지가 맡는다아버지의 직업을 쫓아가는 자녀들이 꽤 있다. 아버지의 삶 자체가 자녀에게 무언의 교육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부모의 조언을 잘 받아들여 커리어에서 성공한 좋은 사례이다. 그는 20년간 의사로 일하면서 세계보건기구에서 에이즈 환자 300만명을 치료하고 다트머스대 총장을 거쳐 세계 경제은행 총재로까지 오르게 됐다.

그의 부친은 한국에서 치과의사를 하다가 이민 와서 미국 치대를 졸업했다. 그는 브라운대 1학년 때 아버지에게 철학공부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부친은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전문직 기술습득이 우선이라고 강조해 의대에 진학하게 됐다. 김용 총재의 아버지는 자녀의 성향과 능력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카운슬러 중의 카운슬러 역할을 해냈다.

7홀로 서기 연습을 시킨다언제까지 자녀를 품에 안고 지낼 수는 없다. 성인이 되기 전에 홀로 서기 연습을 시켜야 한다.

본인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한다. 또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놓아둔다.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혼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때로는 도와주는 것보다 옆에서 지켜봐 주고 인내하는 것이 더 힘들다. 제 자식이 귀하지 않은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자녀를 사랑할수록 강하게 키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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