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생을 좌우할 대학선택 요령
▶ 강의 참관·기숙사 경험 통해 분위기 파악 리버럴 아츠·CC 등 취향·형편 따라 선택 크기·랭킹 치중 땐 입학 후 적응 못할 수도
미국에는 4,000여개가 넘는 대학이 있다. 그 많은 대학 가운데 12학년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은 평균 10여개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입학 허가서를 받은 대학 가운데 보통 2~3개를 고른 후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학생은 전공에 관계없이 무조건 UCLA나 USC를 꼭 가겠다든가 아니면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서도 유독 브라운이나 프린스턴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기도 하다. 특정 학교를 선호하는 취향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학을 미리 알고 지원하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전공 선택이 가장 중요하지만 대학 선택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고 그 결정이 곧 커리어로 연결되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평생 학력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주립대학 및 사립대학, 여자대학, 리버럴 아츠 칼리지, 커뮤니티 칼리지 등 실로 다양한 종류의 대학이 있어 수험생의 취향과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대학 선택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학생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망대학에 대해 미리 준비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하버드를 가고 싶다든가 아니면 칼텍을 가겠다든가 하는 막연한 꿈과 희망과 기대를 품었다면 고학년이 되면서 현실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즉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9학년부터는 4년간의 대학 진학준비를 위한 매스터 플랜을 짜놓는다. 그 다음에는 대학 선택을 위한 기초적인 예비선정을 하고 그 대학들의 장단점들을 서로 비교분석해 본다.
일찍 시작한 학생일수록 대학 선택에 실패가 적고 많은 학생들이 경험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당황하는 일도 적어지게 된다. 또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므로 선택과목을 변경한다든지 혹은 과외활동 계획과 SAT, ACT 등 표준시험도 제 시간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큰 대학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큰 대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지원하거나 입학허가를 받은 대학이 때로는 재학했던 고등학교보다도 작을 수도 있다. 주립대학이나 종합 사립대학은 수만명의 학생들이 다니지만 명문 리버럴 아츠 대학들은 보통 학생 수가 수천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아주 실속이 있는 좋은 학교들이 많다.
작은 대학이 오히려 공부하기에 더 유리하고 대학원 진학이나 진로 준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작은 학교들은 학생 대 교수 비율이 10:1도 채 안되어 상대적으로 교수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게 마련이다.
■칼리지 투어가 도움이 된다
직접 방문해서 궁합에 맞는 대학을 골라야 평생 후회가 없다. 특히 조기전형으로 본인이 입학한 대학에 반드시 입학해야 하는 학생은 반드시 지원 대학을 사전 방문할 필요가 있다.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게 될 대학 캠퍼스를 대충 보고 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전공도 전공이지만 본인의 분위기에 맞는 대학을 고르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가이드 북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결국은 직접 방문해서 느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이 직접 가서 보았을 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대학이 본인이 직접 방문했을 때 의의로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서 제공하는 캠퍼스 투어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시간을 내어서 따로 걸어보아야 한다. 혼자서 걸어보는 캠퍼스 투어는 생각할 시간도 갖게 하고 마음에 드는 한 건물을 응시하면서 예전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캠퍼스를 포함해 주변 동네도 같이 거닐어보면 캠퍼스의 전체적인 그림이 떠오를 것이다. 투어 가이드의 이야기만 듣기보다는 이처럼 본인이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특히 전공을 결정했다면 직접 강의실을 방문해 본다. 다른 학생들이 어떻게 수업에 임하는지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강의 후에도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과 담소를 나눠본다. 학생들이 교수와 전공과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만약에 가능하다면 기숙사에서 한 번 잠을 자본다. 대부분의 학교는 기숙사에서 일박을 권고한다. 재학 중인 학생과 같이 잠을 자면서 풍부한 정보를 접하게 된다. 하룻밤을 같이 지낸다는 것은 서로에 대해 편안하게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만약에 여러 학교를 비교 중이라면 방문하는 학교마다 기록을 충실히 해둔다. 본인이 방문 중에 받은 강렬한 인상을 기록해 둬야 나중에 여러 학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관을 갖고 결정한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매년 대학 평가를 신입생 입학 성적과 입학 난이도, 지원 경쟁률, 교수ㆍ학생 비율, 학교 재정, 대학 간 상호 평가점수 등을 합산해서 우수대학을 선정하고 있다.
매년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스탠포드 등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상위대학이다. 캘리포니아주의 UC버클리, UCLA, USC 등도 상위 25위 안에 드는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에 입학허가서를 받았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평가순위에서 뒤쳐진 대학을 나온 졸업생들도 사회에서 성공하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남들이 좋다는 대학들 소위 언론이 평가하는 상위 랭킹 대학들이 꼭 자신에게 좋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명문대생이라고 취업이 꼭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대부분의 직장은 졸업생의 장점과 능력을 원하지 대학 간판을 원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독불장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명문대를 나오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기죽을 필요도 없다.
■현실에 맞는 선택을 한다
대학 선택은 경제적인 결정을 수반한다. 2008년 경제위기 전에는 어떻게 해서든 대학만 들어가면 학비는 마련해 주겠다는 부모들의 의지가 강했고 또한 학생들도 졸업 후 취업을 해서 융자금을 갚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강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이젠 경제가 예전 같지 않고 졸업 후 취업도 쉽지 않아 어떤 형태로든 대학 선택 때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부모들의 경제 형편이 어려워짐에 따라 자녀들도 대학 교육에 따른 투자 대비 수익률을 고려해야 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예전 같으면 30만달러를 융자해서 4년제 사립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대학생활을 경험해 본 졸업생들도 현재 본인이 지고 있는 부채를 생각할 때 굳이 상대적으로 싼 주립대학이나 공립대학을 두고 괜히 비싼 사립대학을 선택했다는 후회를 하는 분위기이다.
졸업 후 갚아야 할 융자금 채무가 생활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대학을 졸업하면 학자금을 갚을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이젠 현실적으로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야할 경우 예를 들어 약대나 치대, 의대, 법대 등은 보통 학비가 30만~50만달러대를 대부분 상회한다. 물론 취직을 해서 융자금을 상환한다고 하지만 대학원 융자금에 학부 때 빌린 액수까지 갚으려고 하면 현실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 이럴 때는 차라리 학부에서 장학금을 받는 방법을 어떻게 해서든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를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명문대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만약에 입학이 허가된 명문대에서 후한 장학금과 재정보조가 나온다면 그냥 입학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물다. 현실적으로 학비가 싼 공립대 혹은 주립대를 택하는 것이 좋고 사립대 가운데에서도 재정보조를 충분히 주는 대학을 선택한다. 특히 장학금에 대한 기회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리 학점, 특별활동, 커뮤니티 서비스 등에 대한 사전 정보를 파악해 이를 목표로 할 경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현재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에드워드 박군은 대학입학 당시 USC에서 50%의 4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장차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박군은 학비에 대한 부담을 없애기 위해 4년제 전액 장학금을 주는 대학을 선택했고 현재 좋은 의과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의대나 법대, 약대 등은 학부보다는 대학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조건이 구비되어서 명문대를 나오고 명문 대학원을 나올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턱걸이 입학보다는 상위권 입학이 중요하다
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더 중요하다. 큰 주립대학에서는 입학한지 1~2년 후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다. 입학하면서부터 치열한 경쟁 가운데 4년을 공부해야 한다. 따라서 기초가 약한 학생들은 자연히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실정 때문에 UC 버클리나 UCLA는 매년 3학년으로 편입해 오는 학생들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비리그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기쁨도 잠시, 과연 졸업을 무사히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주립대학과 사립대학의 현실을 잘 비교한다UC 같은 주립대학에서는 학생 개인마다 진학 지도를 하여 상급학년으로 진학시켜 주기에는 학생수가 너무 많다. 큰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기가 힘들다면 오히려 학생수가 적은 사립대학으로 진학하여 교수들의 개인적인 도움도 받아가면서 대학 공부를 착실히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학생마다 스타일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주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경계를 정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현실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주립대학의 경우 예산축소 등으로 학과목이 충분히 개설되어 있지 않아 제때 등록을 하지 못함으로써 4년에 졸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