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순해지고 화사해진 새로운‘모성 연작’

2013-09-0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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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문 초대전 갤러리 웨스턴 13일 개막

▶ 사랑의 원형을 찾아 40년간 탐구 인종·종교 등 초월 인류애로 승화

40년 동안 한가지 주제로 한가지 이미지만을 탐구해 온 작가를 찾기란 좀체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랑+어머니=모성’그 오랜 세월 동안 이 등식만이 지구촌을 구원할 사랑의 원형이라고 믿어온 화가 김소문씨가 오랜만에 개인전을 연다. 9월13~27일 갤러리 웨스턴(대표 이정희)의 5주년 기념전으로 초대됐다.

30회가 넘는 개인전을 통해 한결같이 ‘모성’(Motherhood)을 선보여온 그는 LA에서 꼭 6년만인 이번 초대전에서도 역시 새로운 모성 연작을 소개한다. 가족과 민족과 인종을 넘어서 지구촌 전체를 감싸 안은 위대한 모성이다.

그림은 눈에 띄게 밝고 화사해졌다. 그는 “젊은 시절엔 힘이 넘치는 작품을 많이 하고 컬러도 우직하게 썼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다 벗어던진 것 같다. 작품이 단순해지면서 색깔도 화사해졌다”고 말했다.


지구촌을 상징하는 둥근 원은 상형문자 같은 그림 글씨가 빼곡하다. 그림 글씨는 그가 창조한 그림 부호들을 자유롭게 사용해 평화, 사랑, 희망, 모성, 자유 등을 의미를 표현하는 시각적 단어로, 지구촌 원 속에는 인류의 갖가지 문제를 어머니의 원초적 사랑으로 초월하기를 소망하는 염원이 가득 담겨 있다.

그가 이토록 모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른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으로,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세상의 모든 사랑에 대입하며 그리움을 승화시키고 있다. 그에 의하면 모성은 하늘과 연결된 사랑이며, 생사를 초월하고 시공을 초월하며, 종교를 초월하고, 종교보다 위에 있는 사랑이다. 그것은 또한 개인의 모성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품는 인류의 모성이므로, 어머니의 사랑 속에 사람들은 모두 하나로 만날 수 있고 이 사랑이 모든 인류를 구원한다고 믿는다.

김소문은 1974년 도미하여 남가주 한인화단의 태동을 지켜보고 이끌어온 작가 중 한 명으로 삼일당으로부터 스코프 갤러리, 시몬손, 앤드류샤이어, 사비나리, 잔앤조, 로터스, 블루웨이브, 웨스턴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LA의 한인 화랑들에서 수많은 초대전과 그룹전을 가지며 그 역사와 흐름을 모두 꿰고 있는 살아 있는 연감이다.

한국서도 5회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내년 11월에는 서울미술관에서 대작 50여점을 거는 큰 전시가 예정돼 있다.

한편 갤러리 웨스턴은 지난 5년 동안 40여회의 전시회를 유치하며 타운의 주요 전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정희 대표는 “작가들이 편하게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자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오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아직도 화랑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Gallery Western 210 N. Western Ave. #201 LA, CA 90004, (323)962-0008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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