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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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철학이 담겨야 사정관들에 깊은 인상”

2013-08-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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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에세이 쓰기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가 직업인 작가나 기자들에게도 글쓰기는 항상 숙제이자 끝나지 않은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아마도 수천개의 에세이를 읽는 입학사정관들조차도 본인들이 에세이를 쓸라 치면 골치가 꽤 아플 듯하다. 남의 글을 읽고 평가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막상 자기가 글을 쓴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말을 한 것이 글로 남고 이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며 결국 습관이 형성되어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만큼 쓴다는 것은 엄숙하고 중요한 일이며 한 사람의 생애를 결정짓는 숭고한 행위이기도 하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글을 쓴다기보다는 자신의 비전과 미래를 스스로 제시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에세이 토픽을 고르고 쓰기 시작한다면 남들과 차별화된 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글이란 것이 묘해서 자신이 쓴 대로 자신의 생애가 꼴 지워질 수 있다. 단어 하나하나에, 문장 하나하나에, 문단 하나하나에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담은 글을 쓴다면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입학사정관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입학사정관이라고 가정하고 글을 쓰고 평가한다면 에세이에 공신력이 생기고 객관화가 된다.

평가 당한다는 피동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스스로 내가 내 자신을 평가한다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된다면 그 과정을 즐기면서 앞으로의 생애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비전도 스스로 생기게 된다. 대학입시 에세이는 대학지원 서류 가운데 하나라고 여기지 말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정말로 좋은 글이 나올 것이다.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에세이 토픽을 선정하고 쓰는 과정에서 수험생 모두는 정말 성공적으로 합격이 득이 될 수 있는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에 목이 말라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이야기’(my own story)를 보여줄 수 있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수백번이든 수천번이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도대체 누구이며 무엇을 할 것이며 그동안 해온 일은 무엇인지, 가령 50세에 자서전을 쓴다고 가정을 했을 경우 청소년 시기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 지를 곰곰이 생각한다.

또한 끊임없이 주변과 소통하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평가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들어본다. 어릴 때부터 함께 커온 소꿉친구에서부터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물론 친척한테도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어본다.

그리고 순간순간 들은 이야기를 메모해 둔다. 어느 순간에 갑자기 불현듯 어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즉 영감의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


또한 토픽을 무엇으로 정하느냐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소재로 글을 풀어 가느냐가 에세이의 승패를 가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에세이는 자기 자신을 보여주고 정리하는 작업이다.

어떤 소재나 주제를 얘기할 때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와야 한다. 자신의 경험, 활동 등을 얘기하면서 그것들이 자기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확실히 보여주거나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자신의 인간적인 됨됨이와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 단순히 이런저런 것들을 했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신이 택한 소재와 주제를 통해 오늘날 자신이 어떻게 변했고,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글은 서둘러 쓰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포도주가 숙성하면 좋은 맛을 내듯이 글도 오래 묵히고 숙성하고 계속 고치면서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도 글을 일찍부터 쓰고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무수히 반복한 후에야 탈고를 한다. 본인의 글을 리뷰하고 고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검토와 수정이 많을수록 자신을 더 분명하고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글이 완성되는 법이다. 특히 에세이를 보다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서 과대포장을 하는 수가 있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말이 있다.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침소봉대하다 보면 오히려 진정성이 결여되어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이 에세이 하나를 읽는 데 필요한 시간은 길지 않다. 심지어 몇 분이 될 수도 있다. 첫 번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작성한 글을 여러 번 읽고 과감하게 줄인 땐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은 단어로 자신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처음과 끝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면 된다. 첫 문장에서 입학 사정관의 눈을 끌어야 한다.

즉 입학사정관들은 에세이를 통해 지원자가 누구인지를 살피려고 하는 데, 첫 부분에서부터 이들의 눈과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입학사정관이 첫 문장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어떤 이미지를 그릴 수 있도록 쉬우면서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결론은 분명하면서 읽는 사람이 기억하고 이해하며, 생각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이 어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봤을 때 첫 장면과 끝 장면이 보통 많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에세이도 마찬가지이다. 서문에서 관심을 끌고 마지막 결론에서 강인한 메시지를 던져 주면서 끝을 내는 것이 좋다.

좋은 에세이에 왕도는 없다.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고치면서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쓴다.

마지막 완성본을 가능하다면 카운슬러나 부모, 혹은 친구에게 보여주고 본인이 잡아내지 못한 철자법이라든가 사소한 실수를 잡아낸다면 완벽한 에세이가 될 것이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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