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아감의 절차

2013-08-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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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은석 / 가디나

장영희 교수는 생전에 서강대학교 교수로 계셨던 분으로 몇 년 전 암으로 투병을 하다 돌아가셨다. 그는 자신의 책 ‘내 생애 단 한 번’에서 모든 일에 순서와 절차가 있듯이 사람들의 삶에도 순서와 절차가 있는데 그것을 ‘살아감의 절차’라 이름 했다.

“미운 사람보고도 반가운 척 웃고 하고 싶지 않은 말도 꼭 해야 할 때가 있고 지키지 못 할 약속인줄 알면서도 무조건 남발하고 누군가의 말에 상처 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이 ‘살아감의 절차’를 다시 되풀이해야 할 일이 한심하다.”소아마비라는 선천적인 몸의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누구보다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던 저자가 한심하다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살아감의 절차라는 것이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셈법이 아니라, 거부 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적인 것이라는 뜻으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살아갈 때 살아감의 절차에 대한 머리의 지시를 가슴이 한사코 거부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면 삶은 힘들어지기 마련이고 종종 어리석은 생각조차 하게 된다. 그것은 내 삶의 계획서의 순서와 목록에서 될 수 만 있다면 나를 힘들게 하는 절차들은 건너뛰든지 아니면 아예 지워 버리고 싶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이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피 할 수 없는 어떤 방법으로든 겪어야만 하는 순서라면 힘들고 괴롭다 할지라도, 그래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정면으로 부딪치며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해 본다.

요즘 여기저기서 비즈니스가 잘 안 되어 힘들어 하고, 아이들이 말썽을 부려서 괴로워하며 가정불화로 고통 받는 이웃들이 많다. 이 모든 것들을 나에게 주어진 살아감의 절차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괴로움이 조금은 덜 하지 않겠는가.

김장훈이란 가수가 노래한대로 사노라면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소망을 갖는 것은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밝은 태양이 떠오르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감의 절차를 받아들이는, 그래서 이겨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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