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2의 이강석은 없는가

2013-08-05 (월)
크게 작게

▶ 이항진 / 놀웍

벌써 53년 전 일이다. 자유당 정권의 2인자였던 이기붕 씨의 장남이자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인 이강석이 부모와 동생 등 가족들을 권총으로 쏘고 자신도 생을 마감한 비극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기붕 씨의 권력에 대한 집착과 그를 둘러싼 정치꾼들의 탐욕이 그런 불행을 자초했다. 얼마나 정권이 썩었는지 항간에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에서 빽하고 죽는다는 비아냥이 만연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형사들이 협박을 해서 많은 국민들이 마음에 없는 사람에게 표를 찍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군대에서도 팀을 짜서 투표를 하도록 해 감시를 받았다고 군복무 중이던 친구들이 낮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4.19 학생 의거 때 서대문 사거리에서 이기붕 씨 집으로 쳐들어갔는 데 난생 처음 보는 호화로운 저택과 진귀한 과일 등 고급스러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결국 결단력 있는 육군 소위 아들이 비통한 심정으로 가족을 지키다 마지막 길을 안내했을 것이다.

그 일을 새삼 들추어내는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재벌들에게서 긁어모은 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보도 때문이다. 그 아들들이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빌딩이 몇 개고 고급 빌라에 와이너리에, 은행에 넣은 돈이 얼마나 되는 지 고구마 줄기 캐듯 계속 쏟아져 나온다. 아들들이 똑똑하다면 지금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결단을 해야 한다. 과거의 이강석처럼 총을 쏠 수는 없겠지만 아버지가 권력과 탐욕으로 취한 것들을 이쯤에서 내어놓는 결단을 해야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