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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 이즈 컨디션(as is condition)’ 주택매매

2013-07-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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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게 파는 대신 직접 고쳐 쓰세요

‘애즈 이즈 컨디션(as is condition)’ 주택매매

애즈 이즈 컨디션 매물을 구입하면 주택을 좀더 저렴하게 구입할수 있다. 한 인부가 지붕을 고치고 있다.

부동산 매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주택 매매시장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실업률은 크게 낮아지지 않는 반면 여기저기서 주택 매매 활성화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심난할 수밖에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리 없이 현 상태, ‘있는 그대로’란 의미의 ‘애즈 이즈 컨디션’ 주택 매매를 통해 좀 더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 할 수도 있다.

■애즈 이즈 컨디션(as is condition)이란?
주택 시장에 나온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판매되는 매물을 뜻한다. 바이어가 주택을 구입 후 직접 고쳐 쓰라는 조건으로 가격이 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차압과 같은 REO(Real Estate Owned) 매물 중 많이 찾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거래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수리를 해서 번거롭게 주택을 팔기를 원하지 않는 셀러들의 경우 ‘애즈 이즈’ 매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마이더스 부동산의 티나 김 사장은 “요즘 나오는 매물 10개 중 2개는 애즈 이즈 컨디션”이라며 “애즈 이즈 컨디션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어플라이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고 지붕이 새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단 셀러가 안 고쳐주는 항목에 대해서는 계약서에 미리 써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시워셔(그릇 세척기)가 작동을 안 하면 계약 시 문서로 고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기록해놔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눈에 보이는 문제점, 부동산 양도 공개 문서에 포함된 문제에 대해 셀러가 책임을 지겠는 것을 의미하지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까지 바이어가 책임을 지는 조항은 아니다. 셀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주택의 모든 문제점을 서류로 알리고 수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꼭 명시를 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은행 소유의 ‘애즈 이즈’ 매물을 구입할 경우, 싼 가격에 집수리 요청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규정에 부합하지 않거나 건물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 은행 측이 수리에 나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청 사항을 정리해 사전에 수리 요청을 해놓는 것이 좋다.

■수만 달러까지 저렴한 반면 수리비 고려도.
한인 A씨는 올 봄 퀸즈 이스트 엘름허스트의 한 코압을 구입하려다가 기겁을 했다. 원 베드룸 아파트가 8만 달러에 나와 마음이 혹했지만 집의 상태를 본 후 구입을 포기했다. A씨는 “뉴욕에 이런 가격이 있나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며 “부엌 어플라이언스가 엉망이고 문짝은 다 떨어졌다”며 “아예 모두 레노베이션을 할까 하다가 위치도 좋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경우 주택의 상태에 따라 원 베드룸 아파트의 가격은 8만 달러 이하부터 16만9,000달러까지 다양하다. 한 부동산 업자는 “보통 애즈 이즈 컨디션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2만~5만 달러에 이르지만 자칫 했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생긴다”며 “요즘은 위치가 아주 좋으면 애즈 이즈 컨디션 여부에 관계없이 주택 가격이 형성되지만 위치가 좋지 않은데 수리상태도 엉망인 집을 샀다가는 오히려 돈만 날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펫과 페인트의 경우에는 주택 구매 후 바이어가 대부분 고쳐서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구입을 하는 것이 더 낫지만 벽에 금이 간 경우처럼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는 다른 매물들을 찾아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바이어들 중 본인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주택에 반영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수리 할 것이 많더라도 애즈 이즈 컨디션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싸게 나온 매물을 구입, 대대적인 내부 공사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주택을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의점-인스펙션은 필수
‘어차피 상태가 좋지 않은 집인데 인스펙션은 왜 하나’라고 생각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지만 클로징 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한다면 이미 때는 늦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이전트의 조언에 따라 또는 이전에 계약이 파기되면서 최근에 인스펙션을 한차례 마쳤다는 이유로, 인스펙션 없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형민 홈 인스펙터는 “셀러 입장에서 빨리 팔아치우기를 원하는 매물이기 때문에 일반 거래보다 애즈 이즈 컨디션 매물의 경우는 인스펙션을 더욱 꼼꼼하게 해야 한다”며 “실제로 베이사이드의 한 주택의 경우 애즈 이즈 컨디션 상태로 계약이 거의 마무리 돼 가던 와중에 지하에 물이 들어온 흔적을 인스펙션을 통해 뒤늦게야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스펙션은 물론이고 인스펙터 고용도 신중해야 한다. 에이전트가 인스펙터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 바이어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만족할만한 거래를 위해 에이전트가 노련한 인스펙터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빠른 매매 성사만을 목적으로 인스펙터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스클로저 스테이트먼트에 주택의 문제점을 모두 기록해서 제공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작성하지 않고 대신 벌금을 내고 주택의 문제점을 숨겨서 팔려는 경우도 있다. 바이어는 이점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셀러가 바이어에게 문제를 알리지 않고 주택 거래가 성사됐을 경우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셀러의 입장에서는 이를 빌미로 주택을 턱없이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바이어들을 조심해야 한다. 투자가들보다는 주거를 목적으로 한 바이어에게 집을 파는 것이 더 현명하다. 집을 손본 후 다시 높은 가격에 팔려는 투자가들의 경우 주택 가격을 예상보다 크게 낮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셀러의 경우 너무 낮은 가격을 부르는 바이어들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큰 문제점들은 미리 수리를 해주는 편이 낫다. 수리비용을 크레딧으로 바이어들에게 제공하는데 직접 고치는 것이 오히려 저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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