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암 환자는 ‘전화 한 통화’가 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환자라도 집에 홀로 있자면 온갖 잡념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춥고 캄캄한 저녁에는 더 외로워지는 게 아픈 사람의 심정이다. 일일이 환자 집을 찾아다닐 수는 없지만 전화 한 통화로 환자의 안부를 묻고, 안심을 시켜줄 수 있다. 전화 한 통화로 정말 큰 위로와 기쁨과 행복, 희망을 줄 수 있다.

전화 한 통화로 맺어진 친구도 있다. 10여년 전 12월 어느날 밤에 수첩을 뒤적거리다가 한참 보지 못한 분들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한 여성은 힘들었던 그때 내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화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나도 그 말에 공감했다. 외롭고 적적할 때면 나도 전화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은 다 같은 마음이다. 다행히 나는 전화를 기다리기보다는 전화를 먼저 거는 쪽이다. 전화를 걸고 상대방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느낄 때 나 역시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는 전화 한 통화의 마법을 잘 알고 있다.

전화 한 통화를 못해서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지다 보면 전화하기도 서먹서먹하다가 그만 연락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 40년을 넘게 알고 지내던 언니와 어느 날부터인가 연락이 끊겼다. 내 웨딩드레스를 손수 감을 떠다가 만들어준 친언니 같은 사람인데 소원해졌다. 멀리 캔서스에 살아도 가끔 연락했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그렇게 되었다. 그가 폐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겠다고 용기를 냈으나 거절당했다. 전화 한 통화를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