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초 판단’의 오만

2013-07-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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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영 / 샌프란시스코

메라비언 법칙에 의하면 사람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에 시각이 55%, 청각이 38% 그리고 언어가 7%라고 한다. 이 숫자가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결정 요인을 가지고 보통 첫인상은 8초 안에 결정되고 그 첫인상은 60번 이상을 만나야 바뀐다고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면서 나의 연구는 아이들의 행동발달이나 학습태도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이었다. 행사 때 부모들이 오면 누구 부모라고 소개하지 않아도 모습, 표정 등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때 경험한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들의 표정은 정말 부모와 똑같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의 교육 성향이 아이들 성격형성이나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이런 직업 탓인지 나는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이 생겼다. 당시 나는 그 8초로 우리 반 30명 정도의 아이들과 학부모를 모두 판단했고 거의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자녀를 키우고 여러 지인과 10년 이상을 만나면서 8초의 판단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한 사람을 10년 이상 만나다 보면 누구나 흉도 한 보따리, 칭찬도 한 보따리가 된다. 그저 나는 타인이 보기에 칭찬이 51% 이상인 사람이길 바랄 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멀어진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흉만 바라본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흉조차도 이해 못할 것이 없으련만 그때는 그만한 여유도 없었나 보다.

인간관계에서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 굳이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밑줄 그으며 읽지 않더라도 나이가 더해감에 따라 내 마음의 물이 어느 한 곳에 갇히지 않고 강을 만나고 바다로 향하기만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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