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암환자를 대하는 필자는 식생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특히 대장이나 직장암의 경우 식생활과 암의 발생이 연관이 있다는 보고들이 많기 때문에 수술과 항암제 치료 후의 식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이 암의 재발을 줄일 수 있는지는 큰 관심사다.
먼저 일반적으로 모든 암 예방에 적용되는 원칙이 있다. 미국에 오랜 기간을 거주한 한인들도 식생활 습관은 한국식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암 예방수칙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대장이나 직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내용도 함께 살펴보겠다.
첫째, 건강한 체중과 적정한 체지방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리 시 설탕과 기름을 적게 사용하고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단 음료, 과자류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농도의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전곡류와 두류를 많이 먹는다. 도정이나 가공이 덜 된 현미나 잡곡밥이 좋다. 흰 쌀밥은 섭취 즉시 혈중의 당을 올리는데 이런 당을 이용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 분비 시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nsulin like growth factor)이라는 물질이 함께 분비되는데 이것이 암의 발생에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셋째, 여러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 매일 다섯 가지 색(빨강, 초록, 노랑, 보라, 하양)의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 매끼 김치 이외에 서너 종류 이상의 채소 반찬을 먹는 것이 권장된다. 신선한 샐러드나 나물로 무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생채도 좋은데 무의 활성성분인 이소티오시나네이트(isothiocyanate)는 발암물질의 무독화와 암 세포의 자살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시금치에 함유된 엽산도 암 예방 효과가 있다. 김치 내의 소금 함량이 적당한 경우(2.2%) 발효 중 생성되는 생리활성 물질과 유산균 등은 정장작용 및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치의 주재료인 무, 배추 등 십자화과 채소는 대장암 발생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과일은 매일 1회 이상 먹는 것을 습관으로 한다. 사과(특히 껍찔채), 포도(레스버라트롤, 프로안토시아니딘, 플라보노이드), 감귤류 등은 다양한 기전으로 통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넷째, 붉은 색 육류를 적게 먹는다. 붉은 색 육류는 1회에 1인분, 일주일에 2회를 넘지 않고 특히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의 가공육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직화 구이를 피하고 탄 부분을 먹지 않으며 눈에 보이는 지방을 제하고 먹는 것이 좋다. 닭, 오리 등 가금류는 껍질을 벗기고 먹는다.
다섯째, 짠 음식을 피하고 싱겁게 먹는다. 국물은 짜지 않게 하고 가급적 적게 먹는다. 김치는 역시 덜 짜게 만드는 것을 생활화한다. 소금이나 간장을 추가로 넣지 않고, 젓갈, 장아찌, 자반 등 염장 식품을 적게 먹는다.
여섯째, 저지방 우유를 하루에 한컵 정도 마신다. 우유 속의 칼슘은 대장암을 억제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금연이 중요하다. 술은 가능한 마시지 않고, 마시더라도 적포도주를 하루에 한 잔 이하로 한다. 녹차는 일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견과 및 씨앗류도 건강한 식품. 달걀, 식빵, 피자, 버터, 트랜스 지방산이 함유된 마가린 등의 과다 섭취는 대장암 위험도를 약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대장암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증명된 영양보충제는 아직 없다. 특정한 영양 보충제보다는 올바른 음식의 섭취를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법이다. 문의 (213)388-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