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꼭‘통곡 기도회’이어야 하나

2013-07-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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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묵 / 수필가

근간에 통일이란 단어가 좀 과장하자면 홍수를 이루는 것 같다. 그런데 남한이 ‘통일’이라고 외치면 민주주의, 자본주의, 선거에 의한 정권 창출의 정부 형태로 남한이 주도하는 흡수통일로 인식이 된다. 그래서 북한이 신경질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국지적 도발을 하거나 체제를 굳건히 한다며 북한 주민들을 달달 볶아 대는 것 같다.

반면 북한이 ‘통일’하며 떠들면 남침, 서울 불바다, 적화 통일이 연상되어 남한에서 경계 단계를 올린다. 미사일 방어하는 신무기를 도입한다 어쩐다 하면서 시끄러워 지는 것 같다그러니 남과 북 어느 쪽이든지 ‘통일’을 외치면 통일로 향한 진전이 아니라 긴장감과 상호 경계심에 불안만 조성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 포럼 통곡기도회’란 행사 광고를 보고 나로서는 하도 답답해서 30, 40대의 한인 10명에게 물어 보았다. “통곡기도회란 주제를 어떻게 생각 하느냐” 고. 그 중 7명이 교인들이었는데 1명이 답변을 보류했고, 나머지 9명은 그 제목에 반대, 냉소, 불만이었다. 북한 주민을 생각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그 제목이 아주 잘못된 것 같다는 말이었다.


어찌되었든 김정은과 그 집단은 북한에 존재하는 권력이다. 이들이 ‘통곡기도회’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그들 나름대로 모멸감, 불쾌감, 분노, 적대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권력들이 주민들을 더욱 윽박지르고 못 살게 할 뿐 어떠한 이득도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취지에는 나 또한 찬성한다. 다만 ‘통곡’이 아니라 ‘하나님의 따뜻한 미소’ 정도로 이름을 바꾸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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