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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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중한 발

2013-07-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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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연 / 새크라멘토

내 발은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이 심하다. 지난 11년간 마라톤대회에 연속 11번을 참석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마라톤을 마친 후가 더 가관이다. 벌벌 기어가듯 걷고, 신도 신을 수 없을 정도다. 부어버린 내 발에 맞는 신이라곤 슬리퍼뿐이다. 이때 잊고 살았던 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마라톤을 뛸 때 큰 신에 양말을 겹으로 신고 뛰어도 발이 붓고 통증을 겪게 된다. 발톱도 시퍼렇게 멍이 들면서 빠진다. 발에 물집이 생기면 물집을 터트리면서 계속 뛰어야 하는데 그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도록 쓰리고 아프다.

그래도 완주를 해야겠다는 주인의 고집으로 발들이 고생을 한다. 2년 전에는 815Km를 26일간 연속 걸은 적이 있다. 매일 평균 30Km를 걷는데 아침에 일어나 발 준비하는데도 30분 걸렸다. 그 다음 신을 신고는 한참 발을 다져 주어야만 뒤뚱거리지 않고 그날 하루를 걸을 수 있었다.


그토록 고생한 발들을 저녁이면 소금물이나 식초물에 담궈 마사지를 하며 달랬지만 매일 밤 발들은 열을 뿜어내면서 성질을 부려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 때 발에 바르는 약품과 필수품 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몸의 일부가 아프면서 몸부림칠 때에 우리는 비로소 신체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된다. 다시 한번 내 발에 미안하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내 몸 전체를 귀하게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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