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기를 이기는 삶

2013-07-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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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희 / 교육가

자기를 이기는 것을 극기(克己)라고 한다. 공자는 극기에 대한 제자 안연의 물음에 ‘극기복례(克己復禮)’라 하였다. 즉 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부처는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승리자’라고 하였다.

노자도 “남을 이해하는 것이 지(智)요, 자기를 아는 것이 명(明)인데,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을 것이요, 자기를 스스로 이긴 사람은 강하다”고 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를 이기고 극기를 행한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인종 분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27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통혁당 사건으로 20년간 투옥되면서 ‘감옥으로부터의 편지’를 쓴 신영복 교수.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고 김대중 대통령, 가톨릭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올랐으나 오만하지 않고 스스로 의롭다고 자처하지 않으며 겸손하기만 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도 생각난다.


올림픽 메달의 꿈을 안고 피땀 흘렸던 수많은 선수들 역시 모두 자기를 이기는 삶을 살았다. 극기하는 그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 했고, 조금씩 앞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자기를 이기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는 데 그게 쉽지는 않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기 바쁘다. 나의 손주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나는 이런 말을 한다.

“너희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너희 속에 있다. 자기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게임만 하고 싶은 생각, 편하고 싶은 생각, 게으른 생각, 나쁜 습관, 운동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안 하고 과일이나 채소가 몸에 좋은데도 안 먹는 행동, 이런 생각이나 행동이 다 나의 원수이다. 이것들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즉 자기와 싸워서 이기는 거다.”언어장벽 때문에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알아들었을 지는 모르겠다. 나는 나로서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이 아이들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현재 나에게는 ‘자기를 이기는 삶’이며 ‘극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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