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잡초

2013-07-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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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연 / 세크라멘토

잡초를 보면 늘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잡초는 번식률이 높으며 생명력도 강하다. 나는 잡초를 보면서 많을 것을 배웠고 잡초를 뽑으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아들들이 2살과 5살 되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부간의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나는 호미를 들고 앞뜰에 나가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아무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호미로 잡초를 뿌리째 뽑아 버리는 자체로 속이 후련했다. 내 안의 잡초들을 뿌리째 뽑아내는 쾌감이었다. 잡초 뽑기에 집중하니 내 머릿속 복잡한 문제들을 잠시나마 잊어버릴 수 있었고 순간적 치유를 경험했다.

번식이 빠른 잡초를 보면서 아들들 교육도 생각했다. 아이들은 나쁜 것을 빨리 배우고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을 만든다. 잡초 하나가 돋아날 때 빨리 뽑지 않으면, 뿌리까지 뽑지 않으면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온 밭을 덮고 뿌리는 땅 밑 깊이 번져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그래서 아이들의 나쁜 버릇을 그 순간 지적해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 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잘못을 저지르면 단번에 야단을 치고, 벌 받을 일을 하면 벌을 주었다. 그래야만 올바르게 성장할 것 같았다.


또 생명력 강한 잡초를 보면서 힘이 들 때마다 잡초의 끈질긴 생존 능력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도, 보통 풀들은 다 말라 죽는 정원에서도, 야채들이 죽어가는 들밭에서도 잡초는 살아 있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고, 좌절하며 심한 경우 생명까지도 끊는다. 그러나 잡초는 열악한 환경에도 버텨 나가는 모습이 그대로 교훈이 된다.

오늘 저녁 잡초가 꽃밭을 다 덮어 버린 것을 보면서도 뽑지 못했다. 우리의 삶이 잡초 같은 것들로 뒤덮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심정과 같았다. 어서 시간을 내서 잡초를 뽑으며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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