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늘방석의 전두환

2013-07-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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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호 / LA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엄살을 부려 구설수에 올랐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기가 매우 불편할 것 같다. 애써 자식들에게 빼돌린 재산을 몰수당하게 생겼으니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일 것 같다.

대통령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은 실종되고 비자금 감추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 추하고 역겹다. 사람이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는 지 그 극치를 달리고 있는 것 같다. 참회하겠다고 자진해서 들어간 백담사에서 그 동안 횡령한 돈을 꼭꼭 숨길 궁리만 하다 나온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만 받아도 먹고 살만할 텐데 왜 이렇게 욕심을 부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자서전을 내거나 강연을 해서 현직에 있을 때 못지않은 수입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탕주의를 막아야 할 대통령이 앞장서서 한탕 챙기기를 하니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된 것 같다.


전 전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패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한 관계 기관도 문제가 있다. 느슨한 수사로 시기를 놓쳤지만 뒤늦게나마 불법 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전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숨겨놓은 돈을 모두 내어 놓아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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