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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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둥지

2013-07-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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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우 / 포모나

싱그러운 아침이다. 재잘 재잘 지저귀는 참새 떼 소리가 귀에 아련하다.

한동안 참새 한마리가 부지런히 검불과 잔 나뭇가지 따위를 모아 발코니 끝자락 턱진 곳에 둥지를 틀더니 세 개의 알을 낳았다. 우리 부부는 행여 참새에게 스트레스를 줄까봐 커튼도 창문도 열지 않고 틈새로 조심조심 살펴만 보았다.

어미 새가 며칠 동안 알을 품더니 마침내 세 마리가 알을 깨고 나오고 어미 새는 열심히 먹이를 구해다 입안에서 씹어서 꺼내 먹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먹이를 골고루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억척스럽게 입을 크게 벌리는 놈에게 더 먹였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새들에게도 있는 모양이다.


일취월장 무럭무럭 자란 새끼들은 날갯짓을 며칠 하더니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회자정리라 했던가. 스트레스 줄까봐 조심조심 지켜보면서 정이 들었는데 … 허전하고 섭섭한 마음이 오래 가시지 않는다.

“모쪼록 튼튼하게 자라서 내년에도 꼭 찾아주렴” 하는 마음으로 텅빈 둥지를 그대로 보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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