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년, 그 낯선 나이

2013-07-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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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영 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 부회장

40대 초반을 넘길 무렵 남편이 투도어 오픈카 타령을 한 적이 있다. 가족 밴을 끌며 젊음을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고 이런 남편을 두고 딸아이는 아빠가 드디어 중년의 위기라며 걱정을 했다.

이젠 그런 이야기조차 추억으로 미소 짓게 하지만 늘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자각은 낯설고 새삼스럽다. 지난주 조카의 딸아이 돌잔치에 갔다. 그곳에 모인 모든 하객 중에서 우리 부부가 가장 나이가 많아 덕담을 해야 하는 입장에 서고 보니 나이가 주는 위치가 여간 씁쓰름한 것이 아니었다.

1990년에 우디 앨런이 만든 ‘Alice’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중년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상영이 되었는데 중년의 상류층 여주인공이 어느 날 등이 아파 중국의사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중년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다. 중국의사가 처방해주는 신비의 약으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중국 의사가 주인공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해준 이야기가 오늘 긴 여운으로 남는 이유는 잊고 살던 중년의 그 낯선 나이 때문일런지...

“험난한 인생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내가 현재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서 올바른 결정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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