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료기관의 재정난

2013-07-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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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재옥 / 의사

한국의 진주의료원 분규는 하루 이틀에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폐업 결사반대를 외치는 노조의 농성과 더불어 좌파 포퓰리즘에 휘말려 경남의 지역문제가 정치 분쟁화하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적자운영을 계속하는 병원은 구제불가능이라는 것이 홍준표 도지사의 지론이다.

의료기관의 재정난 문제는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10년 전 불쌍한 이민자들을 위해 세워진 맨해턴의 16층짜리 카브리니 메디컬 센터는 몇 년전 엘리엇 스피처 주지사에 의해서 강제 폐쇄됐다. 타이태닉호의 침몰사고 부상자들을 살려냈고, 9·11 쌍둥이빌딩 폭파사건 때도 수많은 환자들을 살려냈던 맨해턴의 세인트 빈센트 병원도 결국 재정난 때문에 문을 닫았다.

이러한 병원의 재정난은 잦은 의료사고가 100만 달러 이상의 법적분쟁으로 이어지면서 발생하게 되며, 한번의 분쟁으로 병원의 재정상태는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망해가는 병원에 대해서는 미국 주정부도 계속 도울 수 없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다행이도 의료사고로 국세만 축내는 엉터리 의사, 병원, 의과대학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뉴욕의 두 굴지의 병원이었던 컬럼비아 장로교 병원과 코넬 의과대학 병원은 합병한 지 벌써 20년이 된다. 천주교와 장로교, 일류 의대의 자존심마저 서로 양보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의대 병원과 연세대 대학병원이 서로 통합한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 터질 의료분규는 결코 환자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외에도 의료분야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하루 1인당 1만달러 이상씩 소요되는 불필요한 생명연장도 문제가 있으며 특권층만을 위한 특실은 낭비이다. 그래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응급환자에게 혜택을 주지 못한다.

나의 어머니는 노환으로 모든 음식을 거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친구의사들이 튜브를 넣는 생명연장을 권하였으나 어머니는 ‘저 좋은 천국’으로 가시기를 더 원하셨다.

모쪼록 모든 문제들이 하루속히 해결되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신속하게 치료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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