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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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주치의

2013-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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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회 / 오렌지가운티

건강이 좋지 않으면 우린 의사를 찾는다. 좋은 의사를 만나야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2년 전 혈뇨가 나와 10년 단골의 내과 주치의를 찾았다. 의사는 소변검사를 한 후 통증이 있느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답했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며칠 후 좋아져 안심했다.

다음해 또 재발했다. 뿐만 아니라 체중이 현저히 줄었다. 주치의는 “마른 게 비대한 것 보다는 났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번에도 같은 약을 먹고 증상이 좋아졌다.

올해 3차로 혈뇨가 나와 주치의를 찾았다. 1, 2차 때와 똑같은 약을 처방 받았는데 이번엔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주치의가 “이젠 본격적으로 해봅시다” 하는 것이었다.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었다. 그럼 지난 2년간 2번의 소변검사, 2번의 혈액검사와 3번의 약 처방은 연습이었단 말인가?주치의는 미국 큰 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게 한 후 그 결과를 보며 설명했다. “간단합니다. 이 부분을 전기메스로 없애면 됩니다.” 그러고는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가보라고 했다.


전문의는 그간의 경위를 들으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30분 정도의 간단한 검사를 받았다. 검사 중 의사의 탄성을 들으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방광암입니다.”나를 비롯해 함께한 가족 모두가 대경실색했다. 의사는 2년 전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였다면 간단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늦어서 방광 척출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면 인조 방광을 옆구리에 차고 살아야 한단다.

정보를 수집했다. 수술 성공 후 생존기간은 1~2년이란다. 1~2년의 삶의 질은 오죽 할까. 죽는 편이 낫다 싶어 난 수술을 단념했다. 아무리 천수를 다 한 삶이라고 하지만, 앞날을 손금 보듯이 환히 들여다보며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암도 조기발견하면 고칠 수 있다는데 너무나 분하고 주치의가 원망스럽다. 좋은 주치의였다면 2년 전에 곧바로 전문의에게로 인도해주었어야 했다. 나의 주치의는 나쁜 의사였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격분한다. 나쁜 의사를 퇴출시켜서 제2, 제3의 억울한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나쁜 주치의 이름을 어떤 방법으로든 사회에 밝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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