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할머니’라는 세 글자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손자 손녀가 다섯이지만 아직도 할머니라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 옛날 같으면 70이 넘으면 아마 증손자까지 보았을 것이다. 손자손녀들이 ‘할머니’하고 부르면 좀 어색하고 퍽 부끄러웠었다.
어느 친구가 첫 손녀를 보았는데 아기가 말을 시작하면서 할머니라고 부르기에 손녀에게 절대로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의학이 발달되어 노년층이 증가추세다. 노인들 중에는 나이와 맞지 않게 흰머리를 너무 까맣게 염색한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마음은 2.8 청춘이라고 아마 착각하는 모양이다. 육체는 노화돼가도 세월 가는 것을 붙잡고 싶은 심정일 게다.
노인센터에 가면 과거의 지위를 막론하고 한 형제고 자매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서로 위로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로서 긍지를 갖고 살자. 노화는 어쩔 수 없는 인생경로 아니겠는가. 유종의 미를 거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