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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인스팩션 / 집의 겉옷 사이딩(Siding)

2013-06-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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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진다. 화려한 모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중후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보기에 매력적인 옷은 유행의 산물이 되고 글자 그대로 하나의 핫 아이템(Hot Item)으로 등장하면서 값의 상승을 유도하기도 한다.

사이딩은 바로 주택의 겉옷(Outer Covering)에 해당한다. 그 무엇보다도 홈 바이어(Home Buyer)를 가장 먼저 유혹하는 것이 바로 사이딩이요, 가격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본래 사이딩의 주된 역할은 물이 주택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폭풍우 등 모진 날씨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기 시작했으나 오늘날에는 방음기능은 물론 다양한 인조 모양을 통해 주택의 미를 창조하는 중요한 외장건축재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수평으로 수직으로 혹은 대각선 모양으로 개성 있게 주택소유자의 취향에 따라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사이딩은 그 모양과 종류가 다양해서 맘에 드는 옷을 고르듯이 그 선택의 폭 또한 다양하다. 실상 100년 가까이 된 집들도 단지 사이딩 하나만으로도 근대식 주택으로 아주 쉽게 탈바꿈시켜 버리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사이딩의 선두주자는 바로 비닐 사이딩(Vinyl Siding)이다. 열에 약한 단점 외에는 비용이 저렴하고 설치 또한 용이할 뿐만 아니라 변색의 우려가 적고 관리가 쉬우면서 충격에 강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삼나무(Cedar), 알루미늄, 회반죽(Stucco), 섬유(Fiber), 벽돌(Brick), 시멘트 블럭(Cement Block), 합판(Plywood), 시멘트(Cement)로 만들어진 사이딩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근자에는 집의 외벽 보호는 물론 단열재로서의 역할을 하는 사이딩(Insulated Siding)도 생산되고 있다. 인조나무결 모양을 한 사이딩, 벽돌모양을 한 사이딩, 심지어는 마치 돌벽을 쌓은 듯한 모양의 사이딩 등 엄청난 미적 시각적 효과를 통해 집의 외모와 가격을 유도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집의 외모를 쉽고 아름답게 바꾸어주는 고마운 사이딩이기는 하나 때로는 잘못된 설치와 관리, 손상 등으로 사이딩 안쪽 벽면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습기가 쌓이면서 오히려 부패시키는 현상이 생길 수 있으니 이는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 뿐인가 하노라’라는 약관 16세에 문과에 급제한 고려말 이직의 시조 한수를 연상케 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설치된 사이딩 뒷면에 진행 중인 문제를 찾아낸다는 것은 사이딩을 뜯어내기 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체로 사이딩 자체의 문제보다는 잘못된 설치로 인해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별거 아닌 짧은 길이의 머리카락 굵기의 균열이라든가 자그마한 틈이라도 발견되면 홈 인스펙션 보고서(Home Inspection Report)에 반드시 나열하게 된다.

사이딩의 특성은 온도의 변화에 따른 신축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이딩 설치시 이 신축성에 대비한 설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운 여름에는 늘어날 수 있고 추운 겨울에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그 굵고 단단한 철로가 더운 여름에 늘어나 뒤틀어져 열차가 탈선하듯 이와 동일한 현상이 사이딩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사이딩이 땅과 접촉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집의 콘크리트 기초 건축물을 몽땅 감출 수 있어 보기에 좋을 줄 모르나 이는 잘못된 설치로 주택 검사시 중요한 지적사항이 된다. 흘러내리는 물이 있는가 하면 지상에서 스며드는 물도 있기 때문이다. 습한 날 내부에 축적된 습기가 날씨 좋은 날에 자연스럽게 증발하는 자연의 관계가 존재하나 지나친 습기는 미쳐 다 빠져나가지 못한다.


따라서 사이딩이 땅과 접촉하고 있다면 한참 지상에 내린 빗물이 사이딩 뒷면으로 스며들 수 있고 과도한 습기 축적은 물론 때로는 터마이트 등의 벌레들이 쉽게 침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택피해는 뻔하다. 이러한 주택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상에서 최소 6인치 이상 떨어져서 사이딩을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으나 1970년대까지 아주 인기 있는 사이딩 중의 하나였던 석면 사이딩(Asbestos Cement Siding)이 있다. 지금도 당시에 설치된 이 사이딩이 도처에 그대로 남아있다. 아시다시피 석면은 폐암을 유발시키는 1급 발암물질 중의 하나다. 얼마만큼 위험할까. 물론 실내에 존재한다면 당장 제거해야한다.

연방환경청(EPA)은 외벽에 설치된 석면 사이딩의 경우 부서져 있거나 깨지지 않고 원형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면 안전하다고 한다. 만일 손상이 되어 있다면 석면가루가 대기 중에 날아다니게 되고 이를 흡입하는 경우에는 위험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고가인 목재 사이딩은 방수페인트 등의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고 알루미늄 사이딩은 산성비에 부식되기 쉽다는 단점과 충격에 약해 외부 충격에 찌그러져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모든 사이딩에 적용되는 공통 사항으로 사이딩에 접하고 있는 나무나 화초 등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이는 햇볕이 들지 않는 관계로 벽면에 푸른곰팡이(Mold)나 이끼(Moss)등이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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