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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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

2013-06-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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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희 / 수필가

미국에서 산 40여년 동안 미국 친구들로부터 가장 자주 들은 말 중의 하나가 ‘빨리빨리’ 라는 말이다. 그들에게 우리의 ‘빨리 빨리’는 그렇게도 이상하게 느껴졌을까?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민족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빠르다. 그러다 보니 가속도까지 붙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관계마저 바뀌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순수하고 투명해야 할 남녀관계마저도 ‘빨리빨리’ 인 것 같다. 남녀가 만나면 말 몇 마디 해보고는 그 사람을 다 아는 냥 평하는 가하면, 만나자마자 모텔로 향하는 청춘남녀도 많다고 들었다.

아무리 번개같이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의 사랑만은, 우리의 사고와 감정만은 천천히 가도록 속도가 조절 되었으면 한다.


사랑의 감정은 천둥, 번개를 치며 폭우로 다가 와서는 안 된다. 은혜를 느껴보는 여유 있는 사랑, 우정을 흠모하게 하는 사랑을 할 수는 없을까? 일시적인 감정은 잠깐 누르고, 디지털의 빠름도 조금은 접어두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내 손으로 넘기던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며 잠깐씩이라도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5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대학교 2학년 시절, 말은 느리지만 행동과 머리돌림은 그리 느리지 않았던 남자 친구를 생각한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확신을 가지고 침착하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던 그 모습이 일생을 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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