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날에 바치는 글

2013-06-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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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종준 변호사

지난주 둘째 아들의 마지막 지역 축구 게임을 다녀왔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일리노이로 대학생활을 하러 집을 떠나게 된 것이다. 대학에서 재미로 하는 게임 말고는, 지역 대표로 선발되어 축구를 하게 될 일이 없을 것 같아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아들 둘을 다 대학에 보내게 되니, 아버지로서 흐뭇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내 곁을 떠나는 게 아닌가 싶어 섭섭하기도 하다.

내가 대학시험에 떨어져 방황하고 있을 때, 나의 아버지는 아무런 내색도 않으시고 다시 도전해 보라고 격려해 주셨다. 내 아이들이 공부가 부족해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아이들을 격려하기 보다 “왜 더 노력해 주지 않나”하고 화가 났던 적이 있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명령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 내 아버지는 진정한 효도는 아버지와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고 가르치시며 대화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나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니 그 대화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주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들어주기 보다는 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그 어떤 행동에 화부터 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내 아버지는 옛날 분인데도 자식들과 대화를 시도하시고, 아이들의 잘못을 대화로 풀어 보려고 했던 분이다. 내가 변호사의 길을 포기할까 했을 때에도 끝까지 격려하며 내 길을 가게 하신 분이다. 이제 내가 아버지가 되어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것을 보며 내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본을 보여 그 아이들이 아버지가 되었을 때 나를 기억하게 하고 싶다.

아버지는 참으로 부지런한 분이셨다. 한의원을 하셨던 아버지는 365일 일을 거르신 적이 없고 지금까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신다. 아버님 댁 뒤뜰은 온갖 야채와 열매로 가득하며 그 정원의 깔끔함은 농사를 짓는 분이 와도 입을 다물지 못 할 수준이다.

“먹은 만큼 운동하라”며 운동의 중요성을 말씀하시고 사람은 모름지기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며 봉사의 중요성을 지금도 가르치신다. 아버지는 자기 관리에도 철저하시어 아침저녁 운동은 물론, 음식을 드시는 것도 많은 신경을 쓰신다.

주말마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등산이 그리 즐거울 수가 없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아버지가 곁에서 든든히 지켜 주고 계시다는 마음이 나를 든든하게 한다. 내 성공을 기뻐하시고, 내 실패를 마음 아파하시는 아버지. 자식 보며 미소 짓고, 미소 짓는 자식 보며 더 큰 미소 짓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계시기에 난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내게 보여 주신 것들이 내게는 내 아이들을 키우는 거울이 된다. 아이들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아이들이 제일 잘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살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 낸다면 난 아버지만큼 성공한 아버지가 될 것이다.

내 아버지가 그리하셨듯이, 내 건강 때문에 아이들이나 주위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도록 내 건강을 보살펴야 하겠다. 남에게 채소나 열매를 주는 즐거움이 삶의 귀중한 부분임을 깨닫고 내 이웃을 위해 내 삶의 열매를 나눠 줄 수 있도록 살아야 겠다.

그리하여 우리 아들들이 아이들을 낳고 나를 기억하며 나와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하는 그 날을 꿈꾼다. 아들이 먼 길을 떠나기 전 한번이라도 더 말해주어야겠다. ‘사랑한다’ 고. 그리고 아버님에게도 말씀드리고 싶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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