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호한 장례보험

2013-06-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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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 김 / 세리토스

되돌아보면 참 빠른 게 세월이다. 인생의 반 이상을 미국에 살면서 열심히 일하다보니 어느 새 정리할 것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장례보험을 하나 들려고 하니 나이가 많다고 잘 들어 주지도 않고 보험료도 비싸다. 보험회사도 비즈니스이니 손해날 일은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그동안 30여년 사업 하면서 종업원 상해보험, 건물보험 집보험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등 평생 번 돈의 30% 이상은 보험으로 지출한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시간에도, 밥을 먹고 있는 시간에도, 잠을 자고 있는 시간에도 보험료는 내 계좌에서 빠져 나간다.

25년 간 교회 상조회의 장례보험에 들었던 분이 얼마 전 돌아가셨다. 그동안 지불한 금액은 1만8,000달러 정도라고 했다. 장례를 마친 후 상조회가 요구하는 서류를 다 갖고 가니 이런 저런 명목으로 다 빼고 9,010달러를 내주었다.

고인이 자식들한테 부담 안 주려고 미리 장례보험 들어둔 것엔 감사하지만 상조회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 싶었다. 어떤 약정을 정확히 제시하지 않은 상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고 요즘 한 공원묘지의 장례보험을 알아보고 있다. 보험 중개인의 말로는 월173달러씩 5년만 내면 1만 달러를 준다는 것이다. 10년 20년이 되어도 추가 납입이 없다고 한다. 괜찮을 듯하여 내용을 보니 한글로나 영문으로나 그런 명세는 전혀 없다. 서류상으로 아무 것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보험에 덜컥 들었다가는 나 또한 어리석은 가입자가 되지 않을 까 생각되어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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