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승세 모기지 금리 주택시장 영향은
▶ 아직 4% 미만… 일시 과열 올 수도 재융자 홈오너 실망, 신청 하락세 첫 주택구입자는 집값·금리 이중고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재융자 수요자와 첫 주택 구입자에게 가장 불리하다. 재융자 실시를 통한 혜택이 줄기 때문에 금리 상승 후 재융자 신청은 이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모기지 금리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연초 예측과 달리 저공행진을 거듭하던 금리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 상승폭도 꽤 높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예상치 못한 사이 금리가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주택시장의 향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가 올랐지만 아직 4% 미만의 낮은 수준이어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주택 수요를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까지 지배적이다. 오히려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해온 대기 구매자들까지 주택구입 열기에 가세해 안 그래도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이 더욱 과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모기지 금리 연중 최고치
지난달 말 모기지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금리는 지난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주택시장이 어떻게 반응할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영 모기지 기관 프레디맥의 발표에 따르면 5월 넷째 주(30일 기준) 전국 평균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3.81%로 지난해 5월 둘째 주(3.8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도표 참조>금리 상승폭도 가파르다. 지난달 초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30년 고정금리는 5월 셋째 주(23일 기준) 전국 평균 약 3.59%를 기록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0.2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재융자에 많이 사용되는 15년 고정금리의 상승세 역시 가파르긴 마찬가지다. 5월 셋째 주 2.77%였던 15년 만기 고정금리는 불과 일주일 사이 약 0.21%포인트 상승한 2.98%로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원인
모기지 금리가 갑자기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있었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발언 이후다.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한 버냉키 의장은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금리 인상을 막는 이른바 ‘양적완화’의 규모를 수개월 내에 축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양적완화 축소가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이에 투자자들이 보유 채권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시중 금리상승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모기지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9일 연 2.12%로 뛰어 올랐다. 국채 금리가 2%대를 돌파한 것은 거의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같은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모기지 금리가 대개 국채 금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모기지 금리 역시 앞으로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모기지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해야하는 바이어들은 향후 금리변동 추이와 주택시장 상황을 잘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융자 수요자 최대 피해
모기지 금리가 이처럼 빠르게 오르면 주택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우선 모기지 금리 급등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재융자 신청자들이다. 모기지 금리의 급격한 상승 움직임에 이미 재융자에 대한 수요는 크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모기지 은행업협회’(MBA)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 재융자 신청건수는 전주 대비 무려 12%나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별 감소폭으로는 올 들어 최대로 금리가 오르면 재융자를 통해 절약되는 페이먼트 금액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리 상승으로 인해 모기지 대출액 10만달러 당 월 모기지 페이먼트가 약 20달러씩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동안 주택가치가 모기지 원리금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주택’ 상황이었으나 최근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재융자 신청조건을 갖추게 된 주택소유주도 늘었다.
그러나 재융자를 신청하기도 전에 모기지 금리가 갑자기 오르면서 재융자 기회를 다시 놓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첫 주택구입자 발붙이기 더 어려워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주택구입을 계획하고 있던 세입자나 첫 주택구입자들도 불리해진다. 이미 빠르게 오르기 시작한 주택가격도 부담스러운데 모기지 금리마저 상승하면 주택구입 비용이 치솟는 이중고를 피할 수 없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자금 동원력이 뛰어난 투자자들이 첫 주택구입자들과의 구입 경쟁에서 대부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마저 오르면 첫 주택구입자들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주택거래 중 첫 주택구입자들의 구입비율은 약 29%로 결국 30% 미만으로 감소했다.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택구입 비율은 과거 평균 약 40%대를 유지했으나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 ‘핫’한 주택시장 더 뜨거워질 수도
모기지 금리의 갑작스런 상승 움직임으로 이미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금리변동 추이를 관망하며 주택구입 시기만 저울질하던 대기 구매자들이 모기지 금리 상승폭이 커지면서 이에 자극받아 주택구입 결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4% 미만으로 주택구입 결단을 철회할 만큼 불리한 조건이 아니다.
경제 컨설팅기관 비콘 이코노믹스의 크리스토퍼 손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기지 이자율이 1년 내에 현재보다 약 1%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자율이 4% 중반대로 오르더라도 주택 임대 대비 구입이 여전히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은행들이 대출조건을 완화할 수 있는 여유가 발생하는 점도 주택수요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대출 은행들 중 일부는 이미 완화된 대출조건을 적용중이다.
20% 미만 다운페이먼트 대출자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되던 모기지 보험 가입규정을 삭제하거나 대출조건이 유리한 가족이 함께 거주하지 않더라도 공동 대출자로 모기지 대출은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꽉 막혔던 모기지 대출의 문을 서서히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