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어렸을 때 지도를 바로하면 글씨가 거꾸로 보이고 글씨를 바로하면 지도가 거꾸로 된다며 잘못된 지도를 사왔다고 바꾸러 가자던 일이 생각난다. 아이는 맥아더 지도를 몰랐던 것이다.
세계지도를 한국에서 구입하면 대개 태평양이 한가운데 있고 오른쪽엔 아메리카 대륙이 왼쪽엔 유라시아 대륙이 있다. 이 지도가 눈에 익으면 한국이 세계 중심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세계지도를 보면 십중팔구는 그 나라가 지도의 중심에 있다. 세계지도는 경선과 위선, 극점 등을 기준으로 만드는데 이것들을 어딘가에서 분리하면 구 모양인 지구표면을 편평한 지도로 만들 수 없다. 한국에 있는 세계지도의 경우 대개 대서양을 둘로 자르고 거꾸로 유럽의 것은 태평양 상의 경선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많다. 영국지도는 그리니치 표준시를 정하는 0도를 한가운데 두고 만들어졌는데 이 지도가 세계에서 통용되는 정통적인 것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지도에는 남북아메리카 대륙이 중앙에 있고 유라시아 대륙이 둘로 나뉘어져 있다. 프랑스 지도는 동경 10도를, 스웨덴 지도는 동경 15도를 각각 가운데 두고 있다.
유럽에서 만든 지도에는 한국이 동쪽 끝에 겨우 달라붙어있는 느낌이다. 지도에 따라 국제 감각이 다르게 형성된다.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의 맥아더라는 청년이 이런 세계관에 일석을 던진 일화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그린 지도를 사용하는데 이 지도의 천지를 뒤집어 남쪽을 위로 디자인해 발표한 것이다. 쉽게 말해 업사이드 다운이 된 것이다. 끝에 매달려 잘 안 보이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위로 올려 잘 보이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 지도는 ‘맥아더 지도’라 불리며 세계관을 전환하는 관광 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발상의 전환인 것이다. 맥아더 지도는 보는 눈에 따라 세계가 달리 보인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물론 세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세계가 달리 보이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끄집어 낼 때 가끔 맥아더지도 이야기를 해준다. 그럼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아이디어가 나온다.
우리 일상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슬픔이 기쁨으로 고통이 행복으로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