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아진 아버지

2013-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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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의석 /오리건 월남참전 전우회장

6월 세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날’(Father’s Day)이다. 어머니날에 비하면 초라하고 선물도 거의 없지만 우리가 아버지 없이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겠는가. 어머니 못지않게 아버지도 소중한 존재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 아버지들은 아내와 함께 일하며 고생하기 때문에 아내 앞에서 큰소리 한 번치지 못하는 가장이 돼 버렸다. 어린 자식들과 놀아 줄 수 없어 죄인이다. 가족이란 무거운 짐을 진 당나귀 같은 아버지이지만 자칫 실수라도 하면 무능하다고 잔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아버지란 전갈에 쏘이고 독충에 물려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불사조다. 다만 다 큰 자식이 말대꾸하며 반항하면 한없이 무력한 이 빠진 늙은 호랑이가 되고 아버지 심장은 천길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돈 많고 의사처럼 잘나가는 아버지는 당당하게 큰소리치며 독수리처럼 활개를 펴지만 돈 없는 은퇴한 아버지는 집안에서만 맴도는 가엾은 참새며 날지 못하는 펭귄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잔소리가 다듬이 방망이 소리라면 아버지의 고함소리는 천둥 번개 소리다. 묵묵한 아버지 사랑에는 가출한 자식을 돌아오게 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

아들딸이 밤늦도록 안 들어오면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말없이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니 울어서는 안 되는 남자로 태어났다.

아버지란 존재는 살아 계실 때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데, 돌아가신 뒤에야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직도 다행히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면 “아빠, 사랑해요!” “아버지, 힘 내세요”라고 사랑스럽게 외쳐보자.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 수확 철에 후회하듯이, 아버지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후회한다. 우리 모두 올 아버지날에는 부모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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