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보들의 행진

2013-05-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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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홍 / 목사

요사이 사람들의 지나친 머리다툼이 도리어 바보들의 행진이 됨을 보게 돼 마음이 무겁다.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이것은 누구에게 유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갑이 을을 때리니까 맞고 난 을이 병을 때린다. 맞고 난 병이 화가 나서 갑을 때린다. 얼른 보면 서로가 하나씩 때리고 맞았으니 공평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모두 다 손해를 본 것이다. 이런 모습이 현대인의 삶이요, 사회상이 아닌가 싶다.

한 마디로 말해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 왜 가정에서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못해 가정불화가 생기는가? 진정한 신뢰가 없어서이다. 기관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어지러운 것은 국민들 사이에, 그리고 국민과 정부 사이에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보여주는 바보들의 행진은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이기적인 사고로 진정한 친구애가 학교생활에서 싹트지 못하고 경쟁의식만 심화되고 있다. 배움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신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 더 나아가 국가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이제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뜻을 모아 모두가 유익이 되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이기적인 사고는 결국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까지 어둡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아름답게 물들 것이다. 우리는 정이 많은 민족이다. 물설고 낯선 땅에 사는 이민자들로서 우리는 서로 돕고 살아가야 할 책무가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며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한다면 희망은 없다. 이민의 땅에서 우리만의 좋은 점을 잘 살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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