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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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와 박 대통령의 귀

2013-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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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성 / 로렌 하이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그의 비서실에는 텍사스 카우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두 젊은 보좌관들이 있었다. 이들은 비서실장과 수석 대변인이었는데, 근무시간에도 청바지를 즐겨 입던 파웰과 조던이라는 이름의 이들은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을 보면 수정안을 건의하고, 그래도 받아드려지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메모를 보냈다.

때때로 메모는 “각하께서 진정 차기에도 재임을 원하신다면…”이라는, 강력하고도 반 위협에 가까운 문구로 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카터의 두터운 신임 속에서 임기 내내 대통령을 보좌하며 같이 일을 했다.

파웰은 동부지역 진보세력 흡수를 위해 카터의 연설문에 “나도 남의 여자들을 보면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라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카터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표현이었지만 카터는 보좌관들의 조언을 따랐다.


윤창중 성희롱사건을 보면서 청와대 내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6시간동안 대통령의 눈치만 보다가 결국 늑장보고라는 지탄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과 면대하며 근무하는 청와대의 고위직 인사들이 이제는 안쓰럽다 못해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 앞에서 어느 참모가 쓴 소리라도 하면 소위 ‘레이저 광선’같은 눈총을 쏘아 오금이 저린다고 한다. 그런 판에 과연 누가 올바른 소리를 대통령 앞에서 할 수 있을까? 원래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성된 말은 귀에 거슬리는 법인데 말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다. 그리고 주요 국사의 최종결정권을 가진 막중한 자리다. 그런 위치에 있는 통수권자의 생각과 결정에 따라 때로는 나라 전체의 운명이 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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