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신 있는 눈치

2013-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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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영 /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학생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선생님, 회원의 눈치를 보지 않는 회장,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눈치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을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회장은 회원의 생각이 무엇인지, 대통령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눈치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흔히 눈치를 보는 사람을 비굴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반면, 눈치가 없는 사람은 또 미련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그럼 소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자신이 굳게 믿는 바른 생각을 자신의 이익에 상관없이 굽히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롭고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런 사람을 주위에서 만나게 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분의 성품에 존경과 신뢰를 보내게 된다.


살다 보면 핑계 아닌 핑계로 이 눈치와 소신 사이에서 어떤 것이 정도인지 경계선의 모호함으로 어려울 때가 있다. 또 개인에 따라서도 그 경계선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신도 좋지만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눈치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교사가 왜 학생들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화를 내시는 분이 있다. 이건 정말 수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신 있게 한국학교 학생들의 눈치를 본다. 현우가 왜 인상을 찌푸리는지 다영이의 오늘 발표가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핀다. 이런 눈치가 바로 유익한 수업으로 보람찬 하루를 마칠 수 있는 나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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