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순리대로 사는 삶

2013-05-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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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혜정 / 한국학교 교감

흔히 성공한 사람들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난 ‘내가 뒤를 자주 돌아봐서 성공하지 못했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뒤를 돌아보아 반성과 도전의 계기로 삼으면 다행인데 내 경우엔 모든 것에 대한 애착과 미련을 떨치지 못해 그런 것 같다. 인생의 중간쯤 왔다고 여기고 다시 돌아보니 쓸데없고 불필요한 것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소중한 것들만 남아있는 느낌이 들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움켜잡으려 한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끊어 버리려 해도 여전히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것들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순리대로, 물 흐르듯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가끔은 내가 그어놓은 선이 나만의 잣대로 그어놓은 것이 아닌가 하고 일탈도 꿈꾸지만,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분수를 알고 돌아올 때도 있다. 아직도 걸어갈 길, 하고 싶고 해야 할일들이 내 앞에 있다. 이제 더 나이 들어 오래된 사진첩들을 들여다보며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듯, 내가 그린 나의 인생의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어려운 고비도 잘 극복하고 아름답게 그렸다고 내 자신을 칭찬하며 웃고 있을 내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늘 부족하여 넘어지지만 살아가는 목적이 있는 나의 신앙, 여전히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 때문에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는 부부사이, 정신없이 사느라 제대로 해준 것도 없는데 잘 키웠다 칭찬받을 만큼 잘 자라준 세 자녀, 그리고 나그네 인생길을 외롭지 않게 함께 걸어가 주는 친구들 등 모든 것이 내겐 소중하다.

오늘 아침 비틀즈의 ‘let it be’를 들으면서 여유 있게 차 한 잔을 마시니 감사의 마음이 새록새록 솟는다, 그러면서 다시 다짐해 본다. 노래 가사처럼 순리대로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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