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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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간담회인가

2013-05-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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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우 뉴욕지사 사회 1팀

지난 5일 맨하탄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뉴욕 동포간담회가 한인사회 각계 인사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사상 처음으로 재외국민들도 선거에 참가해 직접 뽑은 대통령의 간담회였던지 그 어느 때보다 참석한 한인들의 얼굴 표정도 특별했다.

이를 반영하듯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한국에서 파견된 수행기자들은 박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느라 간담회 내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행사장을 누비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정작 한인사회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한인 언론 취재진의 모습은 없었다. 행사기간 내내 한인 언론 취재진은 행사장 맨 뒤쪽에 서서 팔짱을 끼고 아무 것도 못한 채 물끄러미 박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조그만 사각공간에 갇혀 미 현지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계를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한 기자가 탈출(?)을 시도하자 한 경호원이 다가와 귓속말로 “한 번만 더 이 공간을 벗어나려 한다면, 곧바로 내쫓겠다”고 고압적인 태도까지 보였다. 그리고 자신은 한국 정부의 지시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150만 미주 동포들을 대신해 박 대통령의 생생한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담으려 했던 한인 언론 취재진의 노력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보안문제 때문이란 말도 있었고, 한국 수행기자단이 자신들의 취재에 ‘걸리적(?)’ 거린다는 이유 때문에 주최 측에 요청을 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한인 취재진은 이날 철저히 통제 당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한국 수행기자단의 요청으로 한인 언론의 취재를 제한했다는 이유가 사실이길 바랐다. 보안상 한인 언론을 통제했던 것이라면, 그날 한인 언론기자들은 모두 범죄자 취급을 받았던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인 언론사 기자들은 뉴욕 총영사관의 사전 신원조회는 물론이고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검색대에서 철저한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검색대에서 청와대 경호팀은 기자들에게 기자임을 알리는 표식을 나눠주기까지 했다. 취재를 위해 행사장을 누빌 때 경호원들과 행사 참석자들에게 기자임을 알리기 위한 표시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이 표식은 기자들이 사각공간 안에 갇히는 순간 존재의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행사에 초청된 한인 인사들도 자리에 앉아 박 대통령 바로 앞에서 모두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 기자들은 멍하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정식 취재요청을 해놓고 어떻게 된 일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측에서 취재를 못하게 하니 자신들도 어쩔 방도가 없다”는 뉴욕 총영사관 측의 떠넘기기 태도는 아쉽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각공간에 갇혀 있는 기자들의 모습을 본 한 단체장은 “결국 겉으로는 동포를 위한다지만 실제로는 이번 행사를 잘 포장해서 한국 국민들에게 동포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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