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말로만 듣던 ‘엄친아’로 키우고 있는 친구한테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큰 아들이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이다. 보지는 않았지만 입이 귀에 걸린 안부 반 자랑 반인 전화였다.
전화 통화 이후 ‘이만하면 됐다’며 ‘우리 애들은 잘 하고 있다’고 내심 안심하고 있던 내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서 수학경시대회 일정을 알아보고, 머릿속으로는 이제 초등학생인 딸의 대학 원서를 쓰고 있었다. 엄마로써 발 빠르게 우리 딸의 앞날을 위해 미리미리 계획하고 스펙을 쌓아 줄 미션들을 하나씩 완성해 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인생 반 넘어 살아오면서 나의 삶의 여정이 부모님이 계획하시고 준비하신 대로 이어져 온 것은 아니었다. 물론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피심이 무엇보다 나를 키웠지만 학교 때 만난 선생님들, 친구들, 읽었던 책들, 영화들, 그리고 신앙도 나를 키워왔다.
친구의 전화 한통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내 마음의 저 바닥에는 부모만이, 엄마인 나만이 아이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오만함이 있었다.
내가 짜준 프레임 속에 아이를 가두지 말고, 미래를 열어놓는 대신 따뜻한 조력자로서 아이 곁에 머물러 주는 게 진짜 내 일 이라는 깨달음이 스쳐 지나간다.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나는 이런 깨달음으로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