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육영수의 사랑과 눈물’을 읽고

2013-05-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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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택 / 존 제이대학 명예교수

나는 초기 유학생으로서 1961년 이후 계속 미국에 거주하다가 한국을 떠나온 지 23년만인 1984년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여 1년 동안 경찰대학과 동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다. 그때 새마을 운동 본부에서 홍보부장으로 일하던 문무일씨와 친교를 맺게 되었다. 그는 이번에 출간된 책 ‘비운의 퍼스트레이디 육영수의 사랑과 눈물’의 저자이다.

한국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던 1960~70년대의 나는 가슴 뜨겁게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하던 대학원생으로서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정권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그분의 초청도 거부한 바 있으며, 그로 인해 영부인 육영수 여사를 한 번도 만나 본 일이 없다.

얼마 전 뜻밖에 접하게 된 문무일씨의 책을 읽고 나는 그분이 얼마나 고귀하고 후덕하고, 훌륭한 여성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육영수 여사야말로 한국 근대사에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혁명가의 내조자이자 동반자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육영수 여사는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슬기로운 주부인 동시에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성심성의껏 내조하는 순박한 군인의 아내이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의 부인이 된 이후부터는 정치혁명, 산업혁명에 여념이 없는 남편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사회혁명, 정신혁명을 이끌어 나간 조용하면서도 영향력 있는 내조자였다.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은 인성교육의 절실함이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혼탁해진 가치관과 메말라가는 국민정서를 정립시키고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고 육영수 여사의 고귀한 인품을 기리며 이를 지양하는 범국민적인 인성교육이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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