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빌 게이츠의 악수

2013-05-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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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덕 / 자영업

우리 한국적 정서로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대통령과 악수하는 것을 ‘결례’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깜짝 놀라 주머니에 넣은 빌 게이츠의 손만 쳐다보며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의 그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았다.

그러나 잠시 후 주름 잡힌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꾸밈없고 천진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을 대하는 게이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물론 국가 원수와 악수하면서 주머니에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것은 잘한 일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결례를 저지를 수 있느냐”며 흥분하는 것은 형식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발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사전을 보니 ‘악수는 서양식 예법으로서 친애와 화해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손을 마주 잡는 일, 그리고 협력하고 제휴함’이라 돼 있다. 서로 예의를 갖춰 악수는 했지만 악수한 그 손으로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인간들 사이에서 이런 일들은 다반사이고 국제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그동안 보인 행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악수는 겉치레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게이츠는 분명 결례를 저질렀지만 순수한 그의 표정은 악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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