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러움 반, 걱정 반

2013-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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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그네스 한 / 자영업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길거리, 특히 동양 사람들이 아주 많은 미국 땅 하와이 와이키키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온 이 길거리는 참 많이 변해 있었다. 명품점이 쭉 늘어선 길가엔 상점마다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말들, 젊은 남녀가 샤핑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3,000~4,0000달러씩 하는 핸드백 두개를 놓고 여자가 “오빠, 어느 걸로 할까”라고 남자에게 물으니 거리낌 없이 “두개 다 해”라고 말한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별로 특별한 차림이 아닌 젊은이들이다.

다음날 찾은 다른 샤핑몰에서도 젊은 동양인들이 많았다. 예전엔 일본말이 많이 들렸었는데 오늘은 중국말, 한국말이 참 많이 들린다. 본토에서 볼 수 없는 제품들이 많아 기웃거리고 있는데 카운터에서 돈을 열심히 세고 있는 한국 젊은이가 보인다.


예쁘게 차려 입은 젊은 여자가 곁에 서있고, 젊은 남자는 지폐를 열심히 세고 있다. 세상에, 4,000달러를 100달러짜리로 계산하고 있었다. 이들을 보며 한순간 난 지금껏 뭐하며 살았지 라는 자괴감이 든다.

아름다운 바닷가에 나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니 하루 종일 내리 쬐인 햇볕의 따뜻함과 굵은 모래알의 거칠음이 발바닥을 기분 좋게 마사지 해준다. 바닷가에서 놀며 어울리고 쉬는 모든 이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신세타령 할 게 아니라 돈 들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실컷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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