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끊기힘든 도박... 한인 40-60대 ‘중독의 덫’

2013-04-1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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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난·외로움에 손댔다 가정파탄까지

▶ 내달 3-4일 뉴비전교회서 중독예방 치유세미나

1980년대 이민 온 한인 김모(48)씨. 이민생활 20년 동안 열심히 일해 사업체를 일구고 화목한 가정도 꾸린 김씨는 최근 도박에 빠졌다. 생활이 안정되자 삶의 목표가 흔들렸고 호기심에 시작한 도박은 자꾸만 강도가 세진 것. 결국 그의 사업체는 적자에 허덕이다 문을 닫았고 부인으로부터 이혼까지 당했다.

건축업 노동자인 이모(50)씨는 경제위기로 일자리가 불안정하자 도박에 손을 댄 경우. 무료함을 달래려 동료들과 가던 카지노 때문에 이젠 삶의 전부가 된 것. 이씨의 아내는 “남편이 한탕주의로 도박할 돈을 주지 않으면 폭력까지 행사한다”며 관련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외로움과 경제적 난관을 겪는 한인 중년 중 도박 중독증에 빠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중년들은 외부의 도움보다 자기합리화로 상황을 악화시켜 가족관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가주 생명의 전화’ 김병조 목사는 “도박으로 이혼 직전까지 가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면서 “중년의 중독증세는 배우자와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이민사회에서 남성이 든든한 직장을 가질 수 없는 상황과 맞물려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독 중의 중독은 도박"이라고 덧붙였다.

단도박모임 ‘사랑방’ 김항식 대표는 "한번 재미를 보거나 화김에 시작하거나 기댈 곳없이 허전할 때 사람들이 도박에 빠진다"며 "주말에 골프하는 것처럼 건전하게 카지노 게임을 즐긴다고 하지만 발을 들여놓는 것 자체로 중독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 장로는 "매주 목요일 30여명과 단도박 모임을 갖고 있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약물치료, 정신치료로는 중독을 끊기 어렵다"며 "하나님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케어중독치유와 예방센터’(CARE Addiction Recovery and Prevention Center)의 백남원 목사는 “한인사회에 만연된 중독이 범죄와 자살, 가정폭력문제를 낳고 있으나 중독을 수치로 여기는 문화로 인해 조기 치유시기를 놓치고 있다”면서 "세미나와 치유 모임, 상담, 전문가와 봉사자 양성, 예방교육 등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은 힘든 일이나 외로운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며 “당장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중독에 빠지지만 상황만 나빠진다"며 "외롭고 힘들수록 상담과 심리치료에 나서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내달 3-4일 밀피타스 뉴비전교회에서 중독예방과 치유세미나가 열린다. 북가주는 물론 뉴욕, LA, 시애틀, 볼티모어 등 중독예방치유센터 사역자들이 모여 중독의 심각성과 치유사역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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