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 들어간다는 것

2013-04-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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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연 / 화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젊었을 때는 정말 싫었다. 젊음이 가면 그냥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오만이 하늘을 찌를 때였으며, 철없이 30이 넘으면 그만 살 거라는 소리까지 하였으니 참으로 어리석었다.

나이가 동그라미를 돌아 60이라는 숫자에서 다시 시작하는 때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의 시간이 낭비한 젊음의 그때 시간보다 더 감사하고 더 행복하다. 여자와 남자를 더 이상 편 가르지 않고,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오롯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진정으로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냥 용서해주자는 마음과 모든 것이 지니고 있는 나름대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굳이 남을 의식하지 않게 되고 감사와 행복은 저절로 내게 왔다. 힘든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이 결코 낭비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더 멋진 이후의 삶을 위해 스스로를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진정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투자임을 되새겨 본다. 작은 일에 매달리지 말고, 다 용서하고 이해하면서 부정을 넘어 긍정을, 환멸을 넘어 희망을, 권태와 무관심을 넘어 기쁨과 새로운 경험을 향한 열린 자세를 갖겠노라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행복한 결혼생활과 가족과 이웃과의 좋은 인간관계, 그리고 충분히 오래 살아야 하는 데 필요한 건강과 적당한 물질, 그러면서 열린 마음과 스스로에 대해 관대함을 품고서 살아간다면 남아있는 인생을 멋지게 즐기는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가올 것들을 걱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사랑하고 즐기며 그 모든 것들이 흘러 들어오게 그냥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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