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둑들만 보인 하루

2013-04-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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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그네스한 / 자영업

아침에 가게엘 들어가니 매니저의 표정이 어둡다. “무슨 일 있어?” 걱정되어 물으니 전날 대낮에 도둑놈들이 자기 집 문을 부수고 들어와 이것저것 다, 심지어 텔레비전까지 훔쳐 달아났단다. “나쁜 도둑놈들.”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다행히 그 시간에 사람들이 집에 없었지만, 그래도 아내가 밤낮으로 불안해하고 힘들어한다며 한숨을 쉬기에 사람 안 다친 것을 천만다행이라 여기라고 말해 주었다.

며칠 뒤 저녁에 볼일이 있어 어두워진 후에야 집에를 들어가려는데 경보장치가 작동이 안 된다. 남편도 낮에 집에서 나와 함께 들어가는 길이라 집안도, 현관 앞에도 깜깜해 잘 보이질 않는다. 현관문에 열쇠를 꽂으려는데 문이 조금 열려 있어 ‘도둑놈?’이란 생각이 들자 가슴이 쿵쾅쿵쾅, 다리는 후들후들 떨린다.

이미 집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서랍 속 물건들은 다 밖으로 내동댕이쳐져 있고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은 이미 다 쓸어가 빈 곽들만 침대 위에 쌓여 있다. 경찰은 3시간이나 지나서야 나타나고. 남의 일에는 사람 안 다쳐 다행이라 쉽게 말했는데 당해보니 기분 정말 더러워 바닥이 다 닳도록 닦아댔다.


범죄피해는 물품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강도의 경우 범죄를 당했던 시각이 되면 마음이 불안해져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지는 등 후유증이 오래 간다.

신문을 펼치니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던 사람들 탈세를 의심받아 사퇴하고, 당당하던 유명여성 강사가 표절의혹에 휩싸였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이 모두가 다 도둑심보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래저래 오늘은 온통 모두가 도둑들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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