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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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인연

2013-03-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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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교 시인

우리가 살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참 소중한 인연들이 많이 있다. 가족은 물론이려니와 매일처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이웃들, 친구들과 학교 동창생들, 교회 멤버들과 아침마다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우리 모두 고국을 떠나서 이 거대한 미국에 와서 이웃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만도 대단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행복도에 대한 연령별 조사를 했는데 한국의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행복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몸은 늙어 약해지고 거기다 노후 보장이 된 사람들은 30%밖에 안된다고 하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돈도 없고 자식들마저 몇년을 소식도 모르고 지낸다니 그 아픔이나 외로움은 상상할만하다.

그에 비하면 미국에 살고 있는 노인들은 행복한 편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정부에서 최소한의 생활 보장은 해주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인간의 존엄성은 지키고 살 수가 있다. 작은 아파트와 온갖 건강 보험은 물론이려니와 아프면 도우미까지 쓸 수가 있다. 아무리 미국이 지금 불경기라해도 온 세계를 다 다녀봐도 미국 같은 나라는 없다. 동네 슈퍼마켓만 가도 산더미처럼 쌓인 식품들과 넘쳐나는 물건들, 큰 감자 한포대기를 달랑 3달러면 살수 있는 나라는 아마 이 지구상에 별로 없을 것이다.


며칠 전 이웃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 끝에 우리 팔자가 참 상팔자다 하면서며 웃은 적이 있다. 적당히 먹을거리가 있고, 할일이 있으며 이젠 자식들 걱정도 별로 없다보니 매일 챙기는 것은 건강밖에 없다. 건강한 두 다리로 걷고, 아직은 내 손으로 밥해 먹고 누구 신세를 지지 않아도 가고 싶은 곳을 운전해서 갈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살만하지 않은가!

거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주위의 친구들이 가장 소중한 인연임을 깨닫는다. 이웃사촌이라고, 멀리 살면 비록 가족이라도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얼마 전 팔을 다친 분이 있는데 그 분의 집이 요즘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다. 우리는 그 집을 참새들의 방앗간이라고 이름 지었다. 아침 운동이 끝나면 모두들 그 집으로 몰려가 커피도 마시고 간식도 나누면서 참새들처럼 서로 입이 아프게 짹짹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그 속엔 긴 만남도 있고 짧은 만남도 있다. 짧았지만 서로의 코드가 맞았다고 할지 서로의 마음과 영혼을 나누어 가졌던 사람들은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다.

인간관계는 진실함과 신뢰 속에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따뜻한 정을 보여줄 때 싫다는 사람들은 없다. 진실함과 따뜻한 배려는 늘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하고 사랑을 싹트게 한다.

늙어가면서 우리의 이웃이 더 소중한 것은 이젠 우리 모두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젠 다시 이사갈 힘도 열정도 남아 있지 않고 비록 작은 오두막집이라도 이곳이 천국이기 때문이다. 좋은 공기와 좋은 물, 좋은 이웃들, 완벽하게 마련된 모든 설비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비울 줄 알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면 그때부터 평안이 찾아오고 그 평안은 소박한 행복을 가져온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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