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이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차에 오르면 그 날은 벌써 반이 간다.
창가를 내다본다. 이 건물에서 20년을 비즈니스 하였지만 아직도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전에 눈에 들어온 풍경은 주차장과 주유소와 그 앞 사거리… 지금 봄에는 돌배 꽃이 활짝 피어 설레게 하고 가을이면 고은 단풍으로 세월을 헤아리게 한다.
모든 것은 이미 존재하던 것이지만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전에 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보았어도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청춘은 아름답다는 말을 청춘을 보내고 나서야 깨닫는다.
머리 결은 한가지의 꿈을 접을 때마다 은빛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은빛 가득하다. 하지 못한 말들, 너무 가볍게 결정했던 순간순간의 선택들, 이제는 하나하나 갈무리할 때다. 황혼을 아름답게 꽃 피워야 할 때다.
작별의 연습은 벌써 시작되었다. 살던 집에서 새집으로 이사해야 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아내의 손때 묻은 것, 내 손때 묻은 것, 아이들이 자라며 기쁜 일과 슬픈 일 함께 했던 추억의 편린들, 이제는 하나씩 하나씩 꺼내서 줄 것은 주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먼지처럼 가벼워져야 한다.
남은 인생을 공기처럼 살아야 한다. 황혼에 맞는 교향곡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나의 교향곡을 들었을 때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하루하루 작별연습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