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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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

2013-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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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자 / 수필가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노인아파트다. 엄마 집이다. 매일 저녁 엄마를 위해서 저녁밥을 짓는다. 가끔 외식도 한다. 주말과 공휴일이 되면 엄마 집에서 아니면 우리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며칠 전 저녁식사를 마련하기위해 보글보글 담북장을 끓이고 있는 데 누군가 바깥에서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었더니 한 여성이 쌀 두 봉지를 양 손에 들고 서있다. 씩씩 숨을 몰아쉰다.

쌀 한 봉지를 건네준다. 쌀을 받아 들었다. 금방 마음에 신호가 왔다. 노인들을 위해 쌀을 보내주는 지역 노인회장, 미장원 원장, 교회의 이름이 떠올랐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을 전해 준 여성은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90세가 넘으신 노인들을 위한 생일잔치가 있으니 꼭 참석해 달라고 오히려 부탁을 한다. 흐뭇한 마음이 든다.

식사 후 엄마를 바라보니 백발이 된 머리가 눈에 뛴다. 머리가 길었다. 파마한 것이 풀렸다. 손질을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고 있던 미장원 이름이 떠올랐다. 노인들을 위해 쌀을 기부하는 미장원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답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장원에 도착해 엄마의 머리손질을 부탁하면서 원장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번에 쌀 잘 받았어요. 저희 엄마에요. 정말로 고마웠어요. 답례로 이렇게 엄마를 모시고 왔어요.”

노인들을 위해 수고하는 분들이 있어서 장수노인들이 늘어난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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