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희 교사
(언어기술아카데미(ALT)교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자문위원)
4월2일은 국제연합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한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World Autism Awareness Day)로서 올해로 6회를 맞는다. 여전히 자폐인은 대중에게는 낯선 장애인이며 조기인식과 그에 관련한 적절하고 강도 높은 치료를 통해 자폐인도 현저한 발달을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은 자폐에 대한 인식을 높임으로써 자폐인들이 보다 긍정적으로 사회에 섞여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고자 지정됐으며 그 대표적인 행사의 하나가 글로벌 파란 불 켜기 캠페인(Light it up Blue Campaign)이다.
4월2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에는 세계 명소의 건물마다 자폐를 상징하는 파란 불을 동시적으로 점등함으로써 글로벌 자폐 커뮤니티의 단결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끌어내는데 글로벌 파란 불 켜기 캠페인의 목적이 있다. 2011년도에는 세계적으로 200여개의 건물에 파란불이 올라왔었지만 2012년도에는 무려 2,000여개의 건물이 동참해 자폐인에 대한 글로벌적 인식이 점차 두터워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도에는 드디어 한국도 글로벌 파란 불 켜기 캠페인에 동참하게 돼 마음이 설렌다. 한국에서 단연 명소로 꼽히는 N서울타워와 인천대교가 이번 4월2일 오후에 파란불로 점등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지난달 글로벌 파란불 켜기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아티즘 스픽스에 N서울타워의 적극적인 관심이 전달된 것을 시점으로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발 빠르게 그 관심을 행동으로 이어간 덕분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 세계적인 자폐인식 파란불 켜기 캠페인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는 4월 한 달 동안 지하철역 근처에서 파란 불이 켜지는 열쇠고리를 대중들에게 나눠주며 나름의 파란불 켜기 캠페인에 동참했었는데 올해는 한국 최고의 건축물인 N서울타워와 인천대교가 앞장을 서주니 그간 자폐인식 캠페인의 성장한 모습에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자폐인식에 관해 또 하나 즐거운 소식은 이번 4월6일 서울에서 세계 자폐인의 날 기념 사랑콘서트가 열린다는 것이다. 자폐아의 아버지로도 알려진 가수 이상우씨와 김태원씨는 기꺼이 이 콘서트를 이끌어가고자 승낙했고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폐를 알리는 목적으로 시도된 콘서트는 이번이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무대로 그 준비 과정 또한 수개월에 걸쳐 섬세하게 연결됐기에 그에 거는 기대감 또한 크다. 콘서트는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지인이 있는 미주한인 동포들은 아티즘 코리아 웹사이트(autismkorea.kr)에서 콘서트 참석을 권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미국에 있으면서도 한국 자폐 커뮤니티를 예의 주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민사회이기 때문에 자폐에 관련된 실질적인 교육 서비스느 정책 제도는 미국의 큰 틀에 맞춰 움직이지만 자폐인식이라는 것은 문화라는 큰 테두리에서 빚어지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폐인을 보고 대하는 모습이 이 곳 동포사회에서도 한국과 비슷하게 반영되고 있음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수년 전 뉴욕에서 만났던 한 젊은 엄마는 자녀의 자폐를 알게 됐을 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시댁 식구들을 대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한 모습은 한국의 문화에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보다 개인중심적인 미국문화로 봤을 때에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긍정적이게도 최근 수년 사이 이민 오는 새내기 엄마들을 보면 그들은 자녀의 장애를 친지들과 한결 편히 말한다고 한다. 그 또한 한국 자폐 커뮤니티가 그 사이 발전돼 자폐에 관한 인식 개선이 자연스레 동포사회로 이전되는 결과의 하나라고 보여진다.
자폐인을 보는 이민사회의 눈도 예전보다 한결 따뜻해졌는데 이 또한 한국 미디어에서 최근 들어 자폐인의 모습을 건강하게 보여준 하나의 긍정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국 자폐 커뮤니티의 움직임은 민감하게 이곳 동포 커뮤니티의 자폐 인식 형성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항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폐에 관련된 소식을 동포사회와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
2013년도는 글로벌 파란불 켜기 캠페인의 한국 동참에 이어 성대하게 치러질 세계 자폐인 인식의 날 기념 사랑 콘서트로 인해 에반이와 같은 자폐인을 대하는 그 인식이 여느 때보다 더욱더 고조될 것이란 생각에 벌써 마음이 앞서 설렌다. 나 또한 4월2일에는 파란 등이 그려진 옷을 입고 출근해야겠다. 학생들이 혹여 내 옷에 대해 물어본다면 잠시나마 개인적인 자폐 인식 캠페인을 수업 중에 잠깐 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