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방암의 치료

2013-03-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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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상 훈 <암 전문의>

모든 고형암을 통틀어서 가장 치료에서 앞서가는 암은 유방암이라고 할 수 있다. 유방암 치료법의 개발은 다른 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모든 암 치료가 점점 환자 개개인에 맞는 맞춤 치료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과거에는 유방암의 병기, 환자의 연령, 폐경 유무 등으로 치료를 결정했다. 그러나 요즘은 같은 병기라고 하더라도, 생물학적으로 ‘더 악성인 암’과 ‘덜 악성인 암’을 구분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용체(estrogen receptor and progesterone receptor)가 암 세포에 있는지 여부가 치료의 예후와 방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방암 세포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와서 붙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수용체이다. 이런 수용체를 가진 유방암인 경우, 순환중인 여성 호르몬이 있으면 암 세포에 붙어 암세포가 자라고 나눠지도록 자극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여성 호르몬이 수용체에 붙어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항암내분비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타목시펜(tamoxifen)이나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 등의 약을 사용하게 된다. 이런 약들은 대개 최소한 5년 이상 복용하도록 권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10년까지 복용하도록 권고안이 바뀔 수 있다. 대개 여성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암들이 더 서서히 자라고 재발률도 적으며 예후가 전반적으로 좋다.

여성 호르몬 수용체와 비슷한 개념으로 Her2 수용체(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도 매우 중요하다. 이 역시 암이 자라도록 자극할 수 있는 특정한 단백질이 Her2 수용체에 착상해 암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Her2 수용체가 양성인 환자들은 대개 암이 더 악성이고 재발률이 높다. 다행히도 단백질이 Her2 수용체에 붙어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성장인자 수용체 표적치료제들(trastuzumab, lapatinib, pertuzumab)이 개발돼 Her2 수용체가 양성인 환자들의 암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요즘에는 이런 약들에 항암제 꼬리를 붙여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TDM1과 같은 약물도 개발되었다.


여성 호르몬과 Her2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암을 triple negative 혹은 삼중 음성 유방암(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수용체가 세 가지가 모두 없음)이라 한다. 이런 삼중 음성 유방암은 가장 악성이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빨리 자라고 재발률도 높은 악명 높은 암이다. 호르몬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항암내분비 요법을 사용할 수 없다. 또한 Her2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성장인자 수용체 표적치료도 할 수 없다. 이런 암의 경우는 조기 암이라고 하더라도, 수술 후 강력한 항암제와 방사선 등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높다.

아직도 유방암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수 불가결한 치료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 항암 내분비요법, 성장인자 수용체 표적치료제, 다양한 항암제 등을 통해 재발률 제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치료가 발전하고 있다. 언젠가는 진행된 유방암도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하고 조절하여 장수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한다. LA 암센터 (213)38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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