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 대학원

2013-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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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전 / 수필가

지난 해 세모에 우리 부부는 인생대학원에 입학했다.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평생교육이니 졸업연도는 정해져 있지 않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바로 은퇴 단지이다. 캠퍼스는 650에이커의 넓은 대지에 5층, 3층, 단층 건물들로 돼있다.

캠퍼스 내 동료들은 한세상 살아 온 사람들이라 마음도 너그럽고 예의도 바르다. 언제 어느 곳에서 만나든 초면인데도 10년 지기처럼 다정히 인사한다. 말문이 열려 서로 살아온 세월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그것인 것 같으나 그 속에 개개인의 인생 드라마가 있다.

갓 이사하고 짐을 풀어 정리하려는데 날은 저물어가고 너무 을씨년스러웠다. 창가에 다가서서 입구를 내려다보니 노부모를 방문하는 가족들로 붐볐다. 함박눈이 내려 짐을 내리는 젊은이들의 어깨에 소복이 쌓이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눈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짐을 내리기에 바빴다.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엇다.


이사 후 새해 첫 이벤트, 댄싱이 있다기에 성장을 하고 클럽으로 갔는데 일기가 나빠서 취소되었단다. 이왕 나왔으니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옆 테이블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끝내고 담소하던 노부인이 우리 부부의 옷차림을 보고는 자기도 춤을 추었노라고 조심스럽게 몇 스텝 밟는다. 보행기에 의지하여 주차장까지 가며 어깨,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며 댄싱은 언제나 즐겁다고 하신다. 노부인은 99세, 남편은 97세의 장수 부부이다. 이곳 인생 대학원에 사는 분들이다.

이래저래 인생 대학원 학생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동심에서 살기에 눈 속에 그늘이 없고 항상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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