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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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많은 민족

2013-03-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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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박승호 / LA

욱하는 성질을 못 참아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종종 본다. 우리 민족은 화가 많은 민족인 것 같다. 잦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 역사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세대는 일류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살아 왔고 자녀들 역시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질까 노심초사하면 키운다. 그러다 보니 심한 압박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얼음 딛듯이 살아간다.

남들처럼 자녀들에게 과외를 못 시켜서 화가 쌓이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일류 대학에 못 가서 안달이고, 머리 좋은 아이들은 하버드에 못 가서 화병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화병 환자들이다.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별 것 아닌 일 가지고도 열을 내고 목청을 높인다.


모두가 심각하고 고민스런 얼굴이다. 그러다 보니 남을 배려하고 헤아리는 데는 소홀하다. 내가 잘 되고 자식들이 잘 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 생각으로 뭉쳐있지 남을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우리 사회의 큰 병폐중의 하나이다.

일이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무능한 자신은 안 보고 온통 남 탓만 한다. 모두가 불만투성이고 아집에 가득 차있다.

마음을 비우면 행복이 보인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아름다운 세상도 있는데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본다. 나의 인생이 밝고 즐거운 것이냐 어둡고 외로운 것이냐는 결국 나의 선택이다. 올바른 선택으로 가슴 속에 쌓인 화를 잠재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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