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누는 기쁨

2013-03-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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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15년 이상 같이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K는 나이는 거의 아들 뻘이지만, 그의 잘 훈련된 모습은 내가 오히려 배울 점이 많다. K때문에 직장생활이 더욱 즐거운데, 그는 보기 드물게 영적, 신체적, 정신적 모든 면에서 참 건강한 사람이다. 교회에서는 고등학생 주일학교 교사요, 선교에도 열심이고, 각종 운동으로 단련한 건강 때문인지 한번도 아파서 결근한 적이 없다. 몇 년 전에는 2주 간격으로 마라톤 전 코스를 두번 달려 나를 놀라게 했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배어 있는데, 일상 대화는 물론 회의 때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할 때도, 심지어는 전화할 때도 웃으며 말한다. 오랜 기간 같이 근무하며 화를 내는 것을 단 한번도 목격하지 못했다.

K는 자신을 위한 지출에는 매우 엄격하나 직장 동료 등 남들을 대접하거나 혹은 음식점에서 팁을 줄 때는 아주 관대하다. 부부가 모두 전문직에 종사해 물질적 여유가 있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는 물질위주의 삶에 물들지 않도록 유명 상표 옷이나 신발은 절대 사주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초에 K와 나의 두 아들과 함께 모처럼 오션시티에서 보트를 빌려 한국 사람이 좋아한다는 제주도의 강성돔이나 다금바리와 비슷한 토톡(Tautog) 낚시를 했다. 운전 길에 K는 같은 교회의 절친한 친구 J 이야기를 하며 아주 영리하고, 재력도 있고, 현재 사업이 번창하고 있는데 혹시 나의 작은 아들이 그 회사에서 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2주 후 K는 J와 함께 가족 스키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K에게 스키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J가 나무에 부딪쳐 사망하는 참으로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나무 밑의 J를 K가 제일 먼저 혼자서 발견했다니 그때의 놀람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모든 것이 부족함 없어 보였던 J는 어린 두 자녀와 부인을 남겨놓고 그렇게 홀연히 떠났다. 이런 일을 당하면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라는 성경말씀이 생각난다.

장례 후 안정을 찾은 K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잡은 고기 한 마리를 내게 더 주어서 J에게 고기 두 마리를 줄 수 있었다”며 그때 그가 기뻐하며 웃던 얼굴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낚시 가는 일 중에 가장 즐거운 것은 잡은 고기를 나누어 줄 때 받는 사람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 해서 욕심 많은 나를 감동시켰다.

나누어 주는 삶.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것이, 생명으로부터 지능, 건강, 재주 등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요, 내가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누기가 조금은 쉬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야 한다. 내일이 될지, 아니 오늘이 될지 모른다. 빈손으로 훌쩍 떠나는 인생, 이제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부리는 욕심은 그만 접었으면 한다.

아마존 지역에서 가장 호전적인 ‘와오다니’ 부족에 선교하려다 젊은 나이에 창에 찔려 죽은 짐 엘리오트의 말 “우리가 잃어버릴 수 없는 영원한 것을 위해 오래 간직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바보짓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욱 실감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정말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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