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으쓱거리는 어깨

2013-0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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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젊은 동양인 손님이 계산을 하며 나에게 한국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렇다니까 잘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의 어눌한 말로 “안녕하세요?”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로 한국 비디오를 보면서 9학년짜리 여동생한테 도움을 받아가며 한국말을 익혔다고 한다.

한국 음악을 좋아하고, 한국 음식을 잘 먹고, 언젠가 한국에도 가보고 싶다는 그 대학생은 인천, 서울, 부산 등 도시명까지 열거하면서 좋아하는 여자가수 그룹 이름도 댄다. 한참을 그 청년과 이야기하다 돌아서는데 왠지 어깨가 으쓱했다.

몇 년 전 지중해 크루즈 여행 중 10층짜리 빌딩 높이의 최신식 배 안에 설치된 한국 브랜드 TV들을 봤을 때도, 유럽 길거리에서 눈에 띄게 많은 한국 자동차들을 보고도 내 어깨는 으쓱했었다.


필리핀 손님들, 베트남 손님들이 한국연속극이 너무 재미있다며 극중 배우 이름들을 이야기할 때도, 한국화장품의 질이 좋다며 비싸지만 사용하다보니 피부가 예뻐졌다고, 달라졌다고 말할 때도, 한국인들이 잘 생기고,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때도 내 어깨는 들썩거렸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추위와 더위로 고생했다는 연세 많은 손님들을 가끔 만난다. 간혹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 아는 분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며 완전 폐허였던 6.25 전쟁 때의 광경을 이야기해 준다. 대단한 한국인들이라고 고개를 흔들며 감탄하는 찬사에 내 어깨는 또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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