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중 물 같은 사람

2013-02-11 (월)
크게 작게

▶ 여론마당

▶ 김민정 / 수필가

어느 날 두 농부가 소달구지를 몰고 가다 좁은 다리 위에서 마주쳤다. 한 농부가 말했다. ‘비켜! 나는 빨리 장에 가야 한단 말이야!” 다른 농부도 질세라 말했다. “네가 먼저 비키란 말이야! 나는 안 바쁜 줄 알아?”

두 농부가 옥신각신 싸우는 동안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그 때 한 나그네가 이 광경을 보고 “서로 바쁘다고 하면서, 한 분이 먼저 비켜줘서 다른 분이 지나가게 하면 좋을 것 아니오!”라고 꾸짖었다.

무슨 일이든지 자기 고집만 세우면 분란이 일어 날 수밖에 없다.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타인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만 만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모든 이의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아 여기저기 문제가 생긴다.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작은 물 한 바가지가 큰 힘이 되어 땅 속의 물이 펌프를 통해 마구 솟아오른다. 목마를 때 물 한잔이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처럼 힘들고 지쳐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어디서나 한 두 사람으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려놓는 법이다. 이때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도 흙탕물이 튀게 된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 이왕이면 뜻있게, 덕망 있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써 2월도 중순이다. 우리의 몸은 늙어가나 마음만은 언제나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야겠다. 구정물이 아닌 마중물 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